대단한 여성편력을 지닌 노총각 변호사가 있다. 성격이 원만해 대인관계는 좋은 편이지만 책임감 없이 여자들을 농락한다는 게 이 남자의 흠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카사노바 흉내만 낼 수도 없는 것이고 그도 이제는 결혼하길 희망하는 눈치지만 뜻대로 안되나 보다.
남자인 그에게도 결혼형과 연애형은 따로 구분되는지 막상 그가 실속 차리고 차지하고 싶은 여자는 쉽게 따라와 주질 않더라고 푸념 조로 말한다. 명문대 출신에 인물도 반반하고 집안 좋은 한국의 어느 아가씨에게 관심이 있는데 여자쪽 집에서 반대란다. 똑같은 변호사라도 미국의 변호사는 한국에서 의미하는 변호사와 사뭇 차이가 난다는 걸 알고 별로 탐탁지 않게 여기더란다.
언젠가 그는 자신의 사적인 얘기를 거리낌없이 털어놓았다. 전에 사귀던 여자는 이미 남자 경험을 해본 여자라 부담감 없이 헤어질 수 있었는데 지금 만나는 여자는 숫처녀였기 때문에 부담스럽다나. 책임지면 될 것 아니냐고 반문했더니 착하긴 한데 자기 눈에 안 찬단다. 지금 당장은 아쉬워서 안되고 적당한 기회 봐서 절교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못된 놈 같으니라구! 도대체 여자를 뭘로 보는 거야. 심심할 때 가지고 놀고 싫증나면 차버리는 노리개란 말인가” 또 다른 여자 하나가 남자의 진실되지 못한 사랑에 피멍들 걸 생각하니 따귀라도 올려붙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의 누나나 여동생이 남자에게 그런 식으로 당한다면 가만히 보고 있을까. 모른 긴 몰라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야구방망이라도 들고 가서 흠씬 패주고 싶은 심정이 들겠지.
억지로 강요한 것도 아니고 상대방 여자도 싫지는 않았으니까 자기와 관계를 맺었을 텐데 그게 어째 남자만의 책임이냐고 반문한다면 할말이 없다. 아니, 그렇게 반문하는 사람 자체가 뭐라 설명하고 납득시킬 가치조차 없는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인간이기에.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직업적으로 무수한 남성들을 상대하는 윤락녀들에게도 감정이라는 게 있다. 환경이나 상황에 처해 어쩔 수 없이 몸을 팔망정 그래서 그들 성격이 거칠어졌을 망정 때로는 자신의 처지가 부끄럽고 환멸스럽고 온전한 가정을 가진 여자가 부럽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삶이 그들을 거칠게 만들었지 여자이길 포기한 그들도 아니며 또 여자의 기본적인 행복을 그들이라고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이 사회 암흑가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불행한 여성들의 삶 뒤에는 바로 당신들 남성들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전에 사귀던 여자는 어차피 숫처녀가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런 죄책의식이 안 들고 현재 여자는 숫처녀이기 때문에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만 자기 수준에 안 맞아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이 남자의 이기성. 그러면서도 자신이 결혼할 여자는 순결하길 바라는 그 모순성.
왜 남자의 과거는 묵인되고 여자의 과거는 이유불문하고 비판의 대상이 되며 부정한 여자로 낙인 찍혀야 되나. 결국 바로 남자에게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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