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시각
▶ 데이빗 캘러핸, (뉴욕타임스 기고)
소비자 신뢰지수는 폭락하고 대기업들 사이에는 감원선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나는 슬퍼하지 않는다. 90년대 호황은 내게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타격을 입혔다. 그런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경기가 식는 것을 바라보는 솔직한 심정은 안도감이다.
지난 5년간 뉴욕 경기가 달아오르면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렌트비는 2배가 됐다. 뉴욕은 증권회사나 상법 전문 법률회사에 다니는 사람을 빼고는 점점 더 살기 힘든 도시가 돼 가고 있다. 원 베드룸 아파트도 월 2,500달러 이하는 구할 수 없으며 90년 39만달러 하던 맨해튼의 콘도는 작년 78만 달러로 치솟았다.
그런데도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은 그 사이 19%밖에 오르지 않았다. 저소득층일수록 소득 증가율은 낮다. 집 값 때문에 중산층도 저소득층 거주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다. 렌트를 내지 못해 음식값이나 약값을 줄여야 하는 사람도 많다.
뉴욕뿐만이 아니다. 일부는 야후에 투자해 돈은 많이 벌었을지 몰라도 실리콘 밸리에서 집을 한번 사려 해 봐라. 주택 값이 워낙 비싸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농장을 빌려 합숙을 하는가 하면 청소부들은 거라지나 버스에서 자고 있는 형편이다.
상업용 건물의 렌트비가 너무 올라 비영리단체들도 죽을 지경이다. 90년대 호황은 지난 2년 사이 건물 리스가 만료된 예술학교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로 볼 때는 호시절이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경기 둔화와 함께 사정이 바뀌고 있다. 맨해튼에서는 벌써 집 값이 내리고 있다. 경기 냉각은 나같이 일자리가 확실한 세입자나 주택 구입희망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직장을 잃은 사람에게는 안된 얘기지만 집 값이 임금상승률을 훨씬 넘어 천정부지로 뛰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불황이 와야 한다. 쥐꼬리만큼 월급이 올라 봐야 터무니없는 렌트비와 의료비로 다 나가고 나면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큰 불황의 이점은 지나치게 물질주의적으로 흐르기 쉬운 가치관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90년대말 호황은 인간의 나쁜 본능을 자극했다. 모든 것을 돈으로만 환산하는 풍조가 사회에 만연됐다. 열심히 오래 일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이제 구시대적 발상이다. 남들은 신경제로 떼돈을 버는데 혼자만 가만히 있는 것은 멍청해 보인다.
내 또래 젊은 세대들을 보고 있으면 가치관에 혼동이 일고 있음을 분명히 느낀다. 예술적으로 창조적인 일이나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을 해도 원 베드룸 아파트 하나 구할 수 없을 때 돈 버는 것 이외의 일을 생각하기는 힘들다. 그런 일을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는 더욱 그렇다. 백만장자가 될 수 있는데 왜 학교 선생 노릇을 하겠는가.
나는 호황이 그립지 않다. 나는 렌트비가 폭등하는 것도 반갑지 않고 닷컴으로 억만장자가 탄생했다는 뉴스도 듣고 싶지 않으며 비영리 기관에서 일하는 내가 바보라는 생각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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