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경제좌담을 녹음한 테이프를 들으면서 놀란 적이 있다. 녹음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참석한 다른 분들의 말씀은 다 알아 듣겠는데 정작 내 말을 내가 알아 듣기 힘들었다. 사투리에, 모음 발음은 불분명하고, 게다가 말은 왜 그리 급박하고, 빠른지…. 내 말을 늘 들어줘야 하는 주위사람들이 딱하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테이프속의 말투는 생경하고 황당했다.
낭패스런 이야기지만 남들은 다 아는 자기 이야기를 나 홀로 모르고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너무 속속들이 자기를 안다면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이게 돼 ‘모르는게 약’일 수도 있겠으나 그것도 도가 넘으면 곤란한 일이다.
얼마전 ‘LA 한인은행들이 은행창립 후 최대의 수익을 올리고, 간부들 보너스도 갈수록 액수가 커지는데 커뮤니티 환원은 제로’라는 요지의 이야기가 보도된 적이 있다. 내부 이야기여서 좀 어떨까 싶으나 그 이야기는 처음 그렇게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
어떤 은행간부들 연말 보너스는 웬만한 타운 봉급쟁이 1년치 월급은 될 정도로 지난해 타운은행들이 괜찮았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주변 여론이 그게 아니었다. 타운 은행들이 너무 자기만 안다는 것이었다. 돈을 많이 벌어 보너스가 후했다는 이야기만큼 그 정도 벌었으면 은행이 이제 커뮤니티를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는 의견들이 내심 놀랄 정도로 완강했다.
정작 놀란 것은 그 후였다. 이런 기사 뒤에 으례 있을 수 있는 다양한 뒷말 대신 심지어 은행내부에서 조차 은행도 타운을 위해 뭔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많았던 것이다. 은행 속에 묻힌 인사이더들에게는 생경하게 들릴 지 모르나 이같은 소리는‘남들은 다 알고 나 혼자 모르는 은행의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타운 은행중에는 1,000만달러나 1,500만달러가 남는 비즈니스를 한 곳들이 있는데 커뮤니티 업체중 이 정도 순익을 남기는 곳이 많지 않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의 자동차 3사가 작년에 미국에 내다판 차가 50만대 가까이 되나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이들중에도 작년 순익이 타운 작은 은행에 미치는 못할 곳이 있을 정도다. “은행은 좋은 비즈니스”라는 인식이 확산되니까 지금도 은행을 만들고 있는 곳이 두 군데나 된다.
수익이 좋은 것은 우선 은행이 열심히 하고, 경영도 잘해서 된 일이지만 바탕에는 한인 커뮤니티가 있다. 그래도 우리은행이라고 한인은행만을 찾는 1세 이민들이 없었다면 자산 10억달러 은행도, 행장의 100만달러 성과급도 불가능한 일이다.
은행은 나름대로 커뮤니티 재투자법(CRA)등에 의해 커뮤니티 리턴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커뮤니티에서 벌었다는 이유로 커뮤니티 재투자를 생각하라는 것은 지나치게 정서적인 요구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정서가 커뮤니티에 아주 강하다는 것을 은행들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은행들은 여태껏 성장에 바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사회와 경영진이 이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의견을 모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은행 나름의 커뮤니티 프로젝트가 필요한 시점에 이른 것이다.
물론 이런 요구는 은행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언론을 포함해 커뮤니티에 기반을 둔 한인업체들은 아무도 이런 요구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이런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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