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 법칙’이란 것이 있다. 순금으로 된 금화와 불순물이 섞인 금화가 같이 유통될 때는 순금화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불량 금화만 판친다는 이 법칙은 금화를 사용하던 시대에 나왔던 이야기지만 오늘날도 형태만 달라졌을 뿐이지 이치는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가짜에 관한 한 한국 사람만큼 재주가 뛰어난 민족도 드물다. 최근 미국 세관이 압류하는 가짜 상품중 한국 것이 세계 3위로 많단다. 거의 진품과 식별이 안될 정도로 만들 재주가 있고 외국에 유통시킬 줄 아는 머리가 있다면 꼼수를 쓸게 아니라 세계 바둑계를 제패한 이창호 기사처럼 진짜 정석으로 승부를 내도 괜찮을 성싶은데 말이다.
서울 이태원에서는 재료와 기술은 같지만 현지에서 만든 가방을 비롯한 많은 가짜 제품에 유명 브랜드 상표를 붙여 진품의 절반에서 1/10 헐값으로 공공연히 판다고 한다. 그렇다면 가짜가 자리를 잡았다는 말이 된다. 굳이 남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더라도 조금만 창의력을 발휘하면 국내외 시장에 내놓아도 가격경쟁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얘기가 아닌가.
돌담 위에 돌 하나를 쌓는 끈기가 예전의 우리 민족성이련만 윗물이 맑지 않은 세태 따라 빨리 빨리식 한탕주의로 변해버린 탓일까? 한국에서조차 부끄러운 일을 글로벌 시대에 맞춰 미국까지 달고 와서 우리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하기야 LA에서도 상표를 위조해 유명 브랜드 제품인 것처럼 만들어 파는 일이 부지기수고 보면 한국에 있는 사람만 나무랄 일도 아니다. 같은 한인끼리 상대방을 속이는 일 또한 얼마나 잦은가.
다른 사람일로만 알고 있던 사기를 나도 당한 적이 있다. 얼마전 두번째로 산동네에 지은 새 집을 산 적이 있다. 다행히 수 년 후 그 집 값이 두배 이상으로 올랐기에 집 에퀴티를 담보로 재융자 받아 비즈니스 업종을 바꿔보려 했었다. 계획이 여의치 않게 되고 페이먼트만 늘어나 있던 차에 알고 지내던 한인 부부가 찾아와 페이먼트를 책임지겠으니 잠시만 돈을 변통해 달라고 해 그리했다. 참기름도 “100% 진짜 순 참 참기름”이란 것을 확인해야 하는 세상에 교인이란 것만 믿었다가 결국 낭패를 당했었다.
갖고 있었으면 노후가 편할 있는 금액을 날리는 바람에 가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려갔다 잃어버리는 바람에 진짜 다이아몬드 값을 물어주느라 갖은 고생을 한 모파상 단편 이야기처럼 나는 몇년동안 안 할 고생을 하다가 아예 작은 고옥으로 내려앉고 말았다. 지금도 그 생각이 나면 속이 상한다.
때와 장소와 상대에 따라 말을 바꾸며 변장술에 능한 사람이 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 듯 하지만 그것은 속임수를 쓴 것이기 때문에 결국 오래 가지 못한다. 언제쯤이면 한인 사회에서 거짓이 횡행하는 풍토가 사라질 지 그 날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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