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모르겠지만 전에는 서울에서 돈 적게 들이고 미국행 비행기 타는 방법 중 하나가 입양아들을 기내에서 돌보는 일이었다. 전쟁이 끝난 지 50년인데 아직도 입양아 수출국이다.
몇년 전 미국 국방장관의 양자인 한국 아이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기독교적 참 사랑의 실현이겠지만 많은 미국 가정에서는 해외의 불구아이들을 데려다 키운다.
지난 7일 북가주 한국학교협의회 주최 교사 사은의 밤에서는 한국 소녀들의 부채춤과 사내아이의 장구 치기가 있었는데 그 아이들은 새크라멘토에서 온 입양아들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한 무리의 미국인들이 마치 학예회 때 자기 아이들의 출연을 바라보는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오래 전에 한인 교회에 백인 부부가 한국 소녀인 양녀를 데리고 와서 한국의 문화, 그 뿌리를 배울 수 없을까 문의한 적이 있었다. 그런 양부모들의 결실이다.
지금 모국에서는 미선이와 효순이의 죽음으로 인하여 많은 국민들이 촛불행진을 하고 있다. 말은 못하고 있지만 외국을 사는 한인들도 한마음이다.
그러나 미군 영내에 뛰어드는 학생들, 점점 거센 반미운동으로 점화되고 있는 모습을, 한국전에서 외아들을 잃은, 남편을 잃은 미국인들과 함께 바라보는 이곳 한인들, 9.11사태로 차가워지는 주변을 의식하면 한마디로 착잡하다.
이 기회에 미국의 오만을 일깨워 주면서 우리들 자신들도 돌아보았으면 한다.
이토 준코라는 일본인 저널리스트가 “병(病)으로서의 한국 내셔널리즘”이란 책을 펴냈는데, 네팔 여행 중에 한 호텔 종업원을 만났다. 우연히 한국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겁먹은 표정으로 “한국에선 반항하면 손발을 자른다더라. 북도 남도 코리아는 싫다.”
네팔, 방글라데시, 파티스탄 같은 나라에서 이웃들이 한국에 돈벌러 갔다 온 뒤에는 어딘가를 다쳐서 돌아온다. 한국에서 산업재해를 입고 귀국한 취업자들은 하나같이 한국을 원망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그런 말로 확대되었는가 보다.
한국에서는 하루에 6명 꼴의 외국인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입고, 5일에 1명씩 목숨을 잃는다(올 상반기 통계). 필리핀 여성을 가둬놓고 집단 윤락을 시키는가 하면, 폭행·감금·가혹노동·협박 등의 인권유린 사례가 꼬리를 물고 터지고 있다. 외국인이 일하는 생산 현장은 ‘손발 자르는 한국’의 이미지를 만드는 인권 사각지대다. ‘불법 체류자’라는 이유로 인권유린이 자행되는 나라, 그곳이 국제사회에 비친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 글은 외국인이 한국을 비방하는 글이 아니라 11월27자 한국의 모 신문 데스크의 ‘공포의 나라’ 칼럼에서 인용한 글이다.
지난 12일 한국 교회여성연합회와 외국인 여성노동자상담소 주최로 열린 ‘성 산업에 유입된 외국인 여성에 대한 실태조사’ 토론회에서는 동남아 여성들에 대한 성매매 강요와 인권착취 등이 발표되었다. 외국인 3명이 이태원, 평택, 의정부 기지촌의 클럽 31곳에서 일하거나 도망친 70명의 필리핀 여성들의 실태조사도 성매매 강요, 폭행, 긴 노동시간, 착취등 대부분이 비슷했다. 이것도 어느 신문사의 인터넷 초점 기사이다.
한국에서도 운전 중에 고의가 아닌 과실치사는 집행유예를 받는다고 한다. 미군 당국이 탱크가 한국 사람을 친 이상 한국 경찰에 일임했더라면 공무 중이었으니 크게 징계되지 않고 사건이 이렇게 불거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국민이 아닌 미국 정부와 정부가 아닌 한국 국민들이 서로 양보할 시점이다.
이재상<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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