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노무현 16대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며 두어가지 소원을 말하려 한다. 아직 대통령에 취임 전이나 그동안 당선자의 기자회견에서 예상했던 대로 다소 우려와 아울러 마음 든든함을 가지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북 핵 문제와 대미관계이고 든든한 것은 미국에 끌려 다니지 않고 수평적 대등 관계에서 한미관계를 지속해 가겠다는 태도이다. 이것이 주권국가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태도이다. 김대중 정부가 북한에 대해 햇볕정책으로 남북긴장을 완화시킨 것은 잘한 일이나 김정일 북한정권에 대해 비굴할 정도로 저자세를 취했던 것은 지나쳤던 것 이다.
일본은 일본여인 10여명의 납북사건을 끝까지 추궁해 마침내 김정일의 시인과 사과,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낸 후 비로소 국교수교의 기틀을 마련하였으나 북한에 남아 있는 납북인의 가족을 일본에 보내지 않으면 수교 교섭을 계속하지 않을 뿐 아니라 최근 폭로된 북한 핵을 제거하지 않으면 민간차원의 경제교류마저 끊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것이 국가와 민족의 자존심 이다.
그런데 우리는 두 번이나 북한이 테러로 한국대통령을 죽이려 했고(청와대 습격사건과 아웅산 사건), KAL기를 폭파해 수많은 무고한 생명을 죽였는데도 당시 북쪽의 부인 한마디에 더 이상 발설도 못하고 있지 않는가.
뿐만 아니다. 지금 북한주민은 이미 세계가 주지하는 대로 기아와 압제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이 지상의 가장 처참한 인권사각지대에 있는데도 이것을 그대로 두고 어찌 영구적 평화통일을 바랄 수 있겠는가.
자존심을 가진 노 당선자는 미국에 대한 수평관계 이상으로 북한에 대해서도 더 이상 저자세로 나가지 말고 대등한 수평관계로 할 말을 다해 주길 바란다. 남북관계는 결단코 졸속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초미로 다가온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의 원인도 후세인 한사람에게 있는데 만일 후세인이 그 자리에서 물러나면 숨겨진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돼도 간단히 제거할 수 있고 미국은 전쟁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즉 이라크 문제가 후세인 한사람에 달려 있는 것처럼 북한문제도 김정일 한사람에게 달려 있다. 김일성의 세습 지도자 김정일이 그 자리에 있는 한 핵 문제뿐 아니라 근본적인 북한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핵 문제로 인한 시급한 불부터 우선 끄고 보자는 것으로는 민족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이다. 지금 북한은 한국의 경제지원 없이는 경제재건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남북 철도와 도로를 개통하여 개성, 금강산 등의 경제특구도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닌가.
북한이 비 핵선언을 하고서도 은밀히 핵무기를 만들려고 했던 것은 체제 유지에 불안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더욱 핵 개발을 투명하게 해결해야 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에게서 실망한 남북문제를 노 당선자가 원대한 비전과 결단력으로 처리해 준다면 노벨 평화상이 문제가 아니고 역사에 길이 남을 세계적 지도자가 될 것이다.
김 라파엘/어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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