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딱 한 번 말을 타본 적이 있습니다. 이왕이면 큰말을 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마부에게 "빅 원"을 부탁했습니다. "오케이" 하고는 정말 크고 근육이 우람한 말을 몰고 나왔습니다. 마부의 도움을 받아 말 등에 올라타 보니 밑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높아 보였습니다. 이층높이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은근히 겁이 났습니다. "워"하면 서고 "이랴"하든지 두 무릎사이에 힘을 주어 말 등을 조여주면 앞으로 간다는 등 지극히 간단한 오리엔테이션만 받고는 말을 몰고 출발을 했습니다. 일행이 꽤 여럿인지라 제일 앞장선 선두가 인도하는 데로 행렬을 이루어 같은 속도로 진행을 했습니다. 말이 달리는 것도 아니고 그저 약간 빠른 걸음으로 걷는 정도인데 전 정말로 혼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약 삼십 분 정도의 말타기가 끝날 때까지 전 오로지 말 등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 했습니다.
말이 걸음을 뗄 때마다 제 엉덩이는 안장에서 십 오 센티미터씩 떴다 앉았다 하면서 덜렁거렸고 제 몸은 좌우로 쏠리면서 균형을 잡지 못해 요동쳤습니다. 말은 제 사정과는 전혀 아랑곳없이 행렬을 따라 진행할 뿐이었고 저는 말을 세우지도 못하고 말 등에서 내리지도 못한 채 결사적으로 안장의 손잡이를 두 손으로 꼭 잡고 매달려 있었습니다. 전혀 나를 개의치 않는 말이 참 야속했습니다. 땅은 눈앞에서 출렁거리고 하늘은 빙빙 돌았습니다. 속이 뒤집어져 금새 토할 것 같았지만 떨어지면 죽는다는 공포심 때문에 토한다는 것은 문제도 되지 않았습니다. 겨우 말타기가 끝났을 때 비록 멋있는 폼으로 말 등에서 사진은 찍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이 분명할 제 승마경험은 참담했습니다.
말 등에서 내리고 나서 말을 익숙하고 편안하게 타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해봤습니다. 저와는 분명히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말과 사람이 하나로 움직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이 말 위에 그냥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말의 움직임에 맞추어 같이 리듬을 타면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말은 사람을 섬기고 사람은 말을 인정하면서 서로 즐거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멋있고 유쾌하게 보였습니다.
하나가 되어 같이 움직인다는 것이 관건인 것 같습니다. 말과 기수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사람사이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획일적이 되자는 말이 아니라 함께 참여자가 되어 함께 책임지고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사회의 일원이 되는 일을 말합니다. 비록 참여의 보상이 갈등이고 패배라 할지라도 비 참여의 냉소보다는 행복하지 않을까요.
대통령 선거를 끝낸 한국은 요즈음 꽤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듯 합니다.
2030세대와 5060세대의 첨예한 대립양상 까닭입니다. 저는 40세대니까 그 어느 쪽에도 끼지를 못하는데 다행한 일인지 섭섭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중간에 낀 세대이기에 양쪽을 향해서 뭔가 말할 수 있는 책임과 의무를 느끼기도 합니다. 사회학자의 전문가적인 진단이라기보다는 제 개인적 느낌에 의하면 선거전에는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5060세대가 기수가 되어서 몰고 왔던 것 같습니다. 월드컵 때에 젊은 세대의 뜨거운 함성과 폭발적인 에너지를 경험은 했지만 그 힘이 대한민국이라는 말의 고삐를 잡는 힘이라고는 생각들을 못했었지요.
오히려 말 타는 일은 관심도 없고 냉소적으로 외면하면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 즉 축구 같은 데나 그런 열기를 발산시킨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선거를 치르면서 이제 그 힘이 어느새 말 등으로 올라와 있음을 깨닫습니다. 지금까지 말 등에 앉아 있던 5060세대를 강제로 끌어내리고 자기들이 기수가 되어버린 셈이지요. 앞으로 말은 계속 뛰어가겠지만 말 등에서 내쳐진 세대는 말이 힘차게 뛰면 뛸수록 소외감이 더해질 것입니다. 요행히 떨어지지 않고 말 등에 힘겹게 매달려 있는 사람들도 말 타는 즐거움보다는 말이 움직일 때마다 덜컹거리는 불안감을 맛보겠지요. 이것은 말이나 기수에게나 다 불행한 일입니다.
세대교체라는 것이 한 세대를 소외시키거나 부정함으로써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못하고 재미도 없는 일입니다. 그런 세대교체가 전통이 되면 대한민국이라는 말은 그 때마다 방향을 가늠할 수없이 정신없는 질주를 하게 될 것입니다. 세대간에는 교체라는 말보다는 승계와 발전이라는 말이 사용되었으면 합니다. 5060세대는 그 동안 말 등에 2030세대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고 2030세대는 말고삐를 잡는다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는 일임을 알고 다시 5060세대를 말 등으로 초대해서 함께 말고삐를 잡고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한 쪽이 동으로 가자고 하고 다른 한쪽이 서로 가자고 한다면 함께 동서 쪽으로 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어디로 가느냐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간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함께 탈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말을 타되 말안장 위에서 덜컹거리는 불안은 느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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