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경기 침체 분위기는 쉽게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첫째 기업수익 및 금융시장의 회복 기미가 없다. 전쟁 불안감, 고유가, 개선되지 않는 경제 지표, 실망스러운 기업들의 실적 발표 및 전망 등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정은 향후 경기전망을 여전히 암울하게 한다.
역사적으로 종종 한해 증시 향방의 가늠자로 이용되곤 하는 1월 한달 다우산업 지수 및 S&P 500은 각각 3.4% 및 2.8% 하락했다. 기업들의 감원 바람은 계속되며 소비자 신뢰의 약세 기미가 뚜렷하다. 대 이라크 전이 속전으로 끝날 경우 소비자 신뢰지수는 일시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경제 펀더멘털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는 다시 약세로 돌아설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현 정부는 여전히 일반 국민들에게 정책 비전을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시 대통령의 감세정책은 이미 공화당 내부로부터도 불협화음이 있을 정도로 경기 진작책으로서 그 효과가 의문스럽다.
더욱이 대 이라크 응징 및 감세정책 이슈를 재차 강조하는데 그쳤던 금년 연두교서는 미국민들에게 경제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는데 실패했다. 실제로 미국 경제는 지난 2001년 이후 아직 공식적으로는 침체상태다. 고실업과 재정적자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은 직업 창출 및 경기 진작을 위한 구체적 계획 없이 경기 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당위론적 언급에만 그쳤다.
부시 대통령의 감세정책은 일관성도 결여한다. 그는 부임 초기 연방 재정 흑자를 감세정책의 주된 이유로 들었다. 흑자 혜택을 국민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지금은 불경기니 만큼 경기회복을 위해 더 큰 폭의 감세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호경기에도 감세, 불경기에도 감세라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의 혜택이 대기업 및 부유층에 편중되어 있어 계층간 빈부격차의 심화를 제도화하는 듯한 자본주의의 현대판 ‘귀족정치’에 다를 바 없다.
또 한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정부의 재정적자 급증이다. 백악관에 의하면 2003~2004회계연도 연방 재정적자는 사상 최대 규모인 2,000억~3,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당분간 재정흑자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경기침체 및 금융시장의 붕괴로 인한 세수의 감소에도 그 원인이 크지만 시의 적절치 않은 부시 행정부의 무책임한 감세정책에 기인하는 바도 크다.
결과적으로 심각한 재정적자는 향후 부시의 감세정책의 시행을 어렵게 하고 사회복지 프로그램 및 공공시설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다. 결국 그 부담은 지방 정부 및 일반국민이 떠 안게 된다. 심각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주 정부 및 지방 정부들은 이미 세수증대 및 지출 감소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곧 지방 정부의 치안, 교육 및 의료 서비스 감축을 의미하며 나아가 국민들의 긴축재정을 요구한다. 선심은 자신이 쓰고 뒷감당은 각자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부시의 감세정책은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경제 파급효과를 통한 경기회복을 의도한 것일 게다. 하지만 수많은 기업 스캔들이 보여 주듯 이들의 부가 실업 및 중산층의 혜택으로 돌아올 경제 파급효과는 요원해 보인다. 부시 정부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중산층과 실업자들의 주머니 사정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자리 창출과 정책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정수익
퍼스트 아메리카 투자사 한국담당 부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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