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를 군사력으로 공격, 사담 후세인 정권을 퇴진시키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프랑스와 독일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러시아와 중국도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5개국 중 3개국(프랑스, 러시아, 중국)이 이라크 전쟁을 반대할 경우 미국은 영국과 함께 이라크를 공격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과 영국은 어떤 관계인가. 지난 91년 걸프전이래 영국은 늘 미국과 같이 행동해 왔고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국내에서 ‘미국의 하수인’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미국과의 변함 없는 동맹관계를 고수하고 있다. 이번 이라크 공격 계획에도 영국은 처음부터 미국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동일 노선을 유지했고 오스트레일리아도 군대를 걸프지역에 파병할 계획이다.
미국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는 민족적으로 앵글로색슨족의 국가이다. 미국은 다인종 국가이긴 하지만 앵글로색슨족을 선조로 하는 백인으로 기독교(프로테스탄트)를 믿는 계층(WASP)이 사회 지도층을 차지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과거 백인우월주의(백호주의)를 표방한 앵글로색슨의 나라다. 여기에 캐나다까지 참전하면 이라크 전쟁은 앵글로색슨이 주도하는 전쟁이 되는 셈이다.
앵글로색슨족은 3세기에 걸쳐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18~19세기는 영국의 세기였고, 20세기와 지금의 21세기는 미국의 세기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태양이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했다고 자랑하던 대영제국은 쇠퇴했지만 영국이 건설한 식민지에 새롭게 탄생한 미국에 의해 앵글로색슨족은 세계 지배권을 이어나가고 있다.
유럽의 오랜 역사 속에서 지금 프랑스의 프랑크족과 게르만족은 서로 싸우면서도 대륙의 일에 섬나라 민족인 앵글로색슨족을 끼워주지 않았다. 영국은 중세 때 백년전쟁 기간 이외에 유럽 대륙을 점령한 적이 없고 그래서 해양으로 진출한 것이다. 그 덕분에 영국은 미국, 캐나다, 인도, 이집트,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방대한 해외 식민지를 건설했고 투르크 제국이 쇠퇴하자 지금 이라크 땅인 메소포타미아의 유전 개발권을 차지했다.
20세기 이후 전 세계에 흩어진 앵글로색슨족은 독립국가를 세웠지만 국제 분쟁에 하나의 목소리로 움직이고 있다. 앵글로색슨 국가들은 80년대와 90년대 초에 걸쳐 대대적인 경제개혁을 단행했다. 영국의 대처리즘, 미국의 레이거노믹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제구조 조정, 뉴질랜드의 정부기구 축소 및 공기업 매각 등이 그것이다. 70~80년대에 독일과 일본에 밀려 2류 민족으로 전락한데 대한 반성이었다. 그 결과 앵글로색슨 국가들은 시장 중심의 경제체제를 구축하고 번창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앵글로색슨식 경제를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일본 기업인들도 미국식 모델에 혐오감을 표시하고 있다. 투기적이고 자본시장에 의한 단기적 경제관을 노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컬럼비아 대학의 폴 크루그만 교수는 “영어 사용 국가의 경제가 성공한 것은 밀튼 프리드먼 교수의 자유주의 경제이론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얼마 전 뉴욕 월가의 한 펀드 매니저에게 앵글로색슨족의 기질이 무엇인지를 물었더니 그의 대답이 재미있었다. 앵글로색슨족은 잔인한 민족이다. 상대방(적)이 무릎을 꿇을 때까지 가혹하게 공격하지만 일단 항복하면 살려준다. 다시 반항하면 아예 없애버린다. 완전하게 굴복하든지 끝까지 저항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지 어정쩡하게 기회를 노리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대답이었다.
프랑스와 독일이 반대하고 세계적으로 반전여론이 높지만 미국은 2월 중에 이라크를 공격할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지난 91년 걸프전에서 패한 뒤 후세인은 제공권도 내주고 무장해제를 약속하며 바짝 엎드렸지만 미국은 후세인이 그 사이에 대량살상무기를 가지려 했다고 믿고 있다. 전쟁의 필연성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보수적 성격을 통해서도 감지되지만 앵글로색슨족의 기질을 연구해 보면 이해가 된다.
김인영 서울경제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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