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 ~6명 주먹질 체포
이민 10~20년 사이 교육수준은 높을수록 35~45세 가장 많아계속되는 가정폭력으로 한인사회가 병들고 있다. LA카운티 셰리프국이 공개한 카운티내 죄수수감 실태 자료에 따르면 LA지역에서 가정폭력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한인은 하루평균 5~6명 선으로 음주운전 체포자수와 1, 2위를 다투고 있다. 이민 100주년을 맞은 지금 한인사회가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가정폭력 만큼은 세월이 흘러도 꿈쩍도 않는 한인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남아있다. 한인사회 가정폭력의 심각성과 원인을 진단하고 예방 및 해결책을 제시해본다.
■피해사례
관광가이드로 일하는 최모(41)씨는 자신이 집을 비운 사이 동거녀가 어린 두 딸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것에 격분, 동거녀의 목을 조르며 협박하다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대학졸업후 백수생활을 해온 이모(23)씨는 ‘나이가 몇 살인데 집에서 빈둥빈둥 노느냐. 제발 정신 좀 차려라’는 부모의 질책에 발끈, 부모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쇠고랑을 찼다.
엔지니어인 박모(40)씨는 부인이 옷가게를 하며 여유있는 생활을 누려왔으나 저녁식사 도중 아내의 싫은소리 한마디를 못 참고 밥그릇을 아내의 이마에 집어던져 큰 상처를 입혔다. 이로인해 살상무기를 동원한 폭행(ADW) 혐의로 체포됐다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박씨는 사건이후 거듭되는 아내의 이혼요구에 고민하다 결국 상담소 문을 두드렸다.
스왑밋에서 양말가게를 하는 고모(39)씨는 만취한 상태에서 아내와 말다툼을 벌이던 중 홧김에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달아났다가 결국 경찰에 검거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아파트 건물이 새까맣게 타버리는 등 막대한 재산피해가 났다는 이유로 고씨는 앞으로 4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할 운명에 처했다.
■한인 가정폭력 실태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법적자문을 해주는 아태법률센터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0월부터 2002년 5월까지 가정폭력 피해를 호소하며 상담을 요청해온 한인은 모두 116명으로 중국계 171명에 이어 아시안중 두번째로 많았다.
아태법률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는 왠다 왕씨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이민자가 대부분”이라며 “한인들은 가정폭력 사건을 ‘집안망신’으로 치부, 신고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인가정상담소(소장 장수경) 역시 지난 한해동안 접수한 1,762건의 상담중 가정폭력 상담이 전체의 18%인 322건으로 으뜸을 차지했다.
김동호 가정상담소 카운슬러는 “가정폭력은 해가 바뀌어도 눈에 띄게 줄거나 늘지 않고 꾸준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아내가 남편을 폭행하거나 자녀가 부모를 때리는 등 특별한 유형도 있긴 하나 아직은 남자가 아내, 여자친구 등 배우자를 상대로 폭력을 휘둘러 문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가정폭력을 휘두른 남성중 이민경력이 10년~20년 사이가 가장 많고 ▲35~45세 사이 남성들이 타 연령층보다 배우자에게 폭력을 사용하는 횟수가 잦으며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가정폭력에 휘말릴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가정폭력범에 대한 사법당국의 처벌이 강화돼 초범이라 할지라도 무조건 카운티 정부의 승인을 받은 기관이 제공하는 가해자 교육 및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한인사회에서는 가정상담소가 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데 지난 98년에 90명, 99년에 60명, 2000년에 60명이 52주에 걸친 프로그램을 이수, 새사람으로서 출발을 다짐했다.
<구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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