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집의 화장실 바닥에 물이 고여 있어서 살펴보니 세면대 밑 파이프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 한 선배에게서 플러머를 소개받아 전화를 하니 다음날 아침 8시에 방문을 하겠다며 전화번호와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약속된 다음날 아침, 출근을 미루고 플러머를 기다리는데 오기로 한 사람이 오지를 않았다. 전날 전화했던 번호로 연락을 하니 한 여성이 “밖에 나가고 없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 집으로 오는 길일 것이다”고 여기고 다시 또 기다렸다.
그리고 10여분이 지난 후 전화벨이 울렸다. 조금 전 통화를 한 여성이었다.
“8시에 약속된 집이지요? 그리로 가다가 길이 막혀서 안가기로 했대요. 다른 일을 봐야 하니까 오늘 못 간다고 연락하라고 해서 (내가) 전화하는 거예요”
“그럼, 언제 오겠다는 말은 없었느냐”고 물으니 그 여성은 “그런 말은 없었다. 못 간다고만 전하라고 했다”고 하더니 전화를 끊어 버렸다.
출근도 못하고 기다리다 바람을 맞고 난 기분은 불쾌하다기 보다 황당했다. “이렇게 무책임하게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는 말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플러머를 다시 추천 받느라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도를 넘는 무책임함은 한인업계에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예를 들면 물새는 변기 고치느라 2개월이 걸린 케이스.
“변기에서 물이 새서 플러머를 불렀는데 그 사람은 우선 기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리 뜯고 저리 뜯고 하더니 변기를 새로 갈아야 한다더군요. 그래서 새 것으로 갈았는데 물새는 것은 여전했어요. 그렇게 두달을 끌더니 못 하겠다고 두 손을 드는 거예요. 주변 카펫까지 다 버려 놓아서 카펫 갈고, 새로 플러머 부르고 하느라 손해가 많았지요”
다음은 커튼업소 직원이 주문 제작한 커튼을 달지도 않고 가버린 케이스.
“실내장식을 새로 하면서 집안의 커튼을 모두 바꿨어요. 커튼이 배달되기로 한 날 점심까지 준비해놓고 기다렸지요. 그런데 약속 시간보다 훨씬 늦게 도착한 사람이 커튼을 달다가 갑자기 중간에 가겠다는 거예요. 그냥 가면 어떻게 하느냐, 수고비를 더 내겠으니 일을 끝내 달라고 사정을 해도 막무가내였어요. 산처럼 쌓인 커튼 더미 앞에서 참 막막하더군요”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모두가 하는 말이 있다. “앞으로 한인들에게는 절대로 일을 안 맡기겠다”는 것이다.
물론 한인업소들 중 극히 소수에 해당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들 썩은 사과가 잠재적 한인 고객들을 자꾸 밖으로 내몰고 있으니 문제이다. 나의 무책임은 나 한사람의 손해로 끝나지 않는다. 내가 만든 한인 비즈니스 이미지가 한인업계 전체를 좀 먹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겠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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