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를 제일 먼저 재배한 사람은 처음 문명을 건설한 수메르 인들이다. 기원전 3400년경 지금 이라크가 있는 메소포타미아에서 이 꽃을 심기 시작한 이들은 이를 ‘훌 길’(‘기쁨을 주는 풀’이라는 뜻)이라고 불렀다.
아편 제조법은 아시리아와 바빌론을 거쳐 이집트에 전수돼 이집트의 수도 테베는 아편 생산과 거래의 중심지로 떠오르게 된다. 아크나톤과 투탄카멘 왕 시절 아편 무역은 전성기를 맞는다. 그 후 아편은 알렉산더 대왕에 의해 페르샤와 인도까지, 아랍 상인에 의해 중국에까지 전파되게 된다.
환각제로서 뿐만 아니라 진통제로서의 아편의 성능도 일찍이 알려졌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아편이 내장병과 여성 질환, 전염병에 특효가 있다고 적고 있다. 아편의 역사는 1803년 독일 과학자가 이를 산으로 녹인 후 암모니아로 중화시키면 모르핀이라는 강력한 진통제를 만들 수 있음을 발견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이 모르핀을 끓여 농축시킨 것이 헤로인이다. 1890년 연방 의회는 아편과 모르핀에 대한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첫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100년이 넘는 규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헤로인 수요와 공급은 날로 늘어가고 있다. 현재 세계 최대의 헤로인 생산지는 미얀마, 태국, 라오스를 잇는 ‘황금의 삼각지대’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란을 연결하는 ‘황금의 초승달지대’다.
이 두 지역에 이어 최근 급속히 헤로인 공급지로 부상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북한이다. 북한은 80년대 말 경제가 기울기 시작하자 집단 농장에 아편 생산을 지시했다. 북한의 2001년도 공식 수출액은 6억 5,000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마약 밀매 자금은 5억에서 1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연 5억 달러에 달하는 미사일 수출과 함께 아편이야말로 북한을 먹여 살리는 젖줄이나 다름없다.
북한 외교관들이 아편 밀거래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동독과 라오스, 러시아와 이집트에서 마약을 밀수하려던 북한 관리들이 체포됐으며 1976년에는 스칸디나비아 주재 북한 외교관 거의 전원이 추방됐다. 지난 주말 호주 해군에 의해 5,000만 달러 규모의 헤로인을 밀수하려던 북한인 30명이 체포된 사건은 북한이 여전히 범죄 행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마약 밀매는 그 자체로도 창피한 일이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구축해 놓은 밀매 조직망은 언제든지 대량 살상 무기 판매 루트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수백만의 자국민을 굶겨 죽이고 대량 살상 무기와 수용소 군도, 아편 밀무역으로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이런 나라가 지상에 존재할 가치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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