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남서쪽으로 약 120마일 정도 가면 라이프치히라는 크지 않은 도시가 나타난다. 독일 중동부에 자리잡고 있으며 과거 동독지역이었던 이 도시는 갈탄이 넓게 매장돼 있는 데다 비옥한 농토에 둘러 싸여있어 유럽의 주요 산업중심지이자 수송 연계점으로 각광을 받았다고 한다.
지리적으로 한나라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도시가 발전할 수 있는 원인도 되겠지만 또한 불리한 면도 많아 1618년에 있었던 30년 전쟁과 1813년의 나폴레옹 침입당시 큰 전투가 일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는 연합군 측이 이곳을 집중적으로 포격해 순식간에 도시의 4분의1 정도가 파괴되는 참상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이 라이프치히의 한복판, 동서유럽과 남북유럽을 연결하는 2개 도로가 교차하는 그 십자가 지점에 유서 깊은 성 니콜라이 교회가 자리잡고 있다. 이 교회는 1165년 니콜라이가 이곳을 통과하는 전 세계 상인들과 보행자들을 위해 지어 누구나 쉬어가게 했던 이른바 “열린 교회”로 지금도 방문객들이 끊이지를 않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피해로 지금도 복구공사가 진행되고있는 이 교회는 원래는 로만 양식이었으나 그 후 고딕 양식으로 증축했으며 마지막으로 교회의 탑은 바로크 양식으로 바뀐 매우 고풍스럽고 역사적인 건물인데다 이교회의 합창 지휘자 겸 오르겐 연주자가 악성 바하였다는 점도 이 교회를 유명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러나 이 교회가 유명해진 것은 1989년에 있었던 대규모 평화의 기도회가 바로 독일통일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제단 위에는 평화의 천사가 있고 교회당을 받치고 있는 기둥에서부터 천장까지를 온통 평화의 상징인 종려나무로 장식해 놓고 있다.
1980년 점차 증가하는 서독의 군비무장에 반대해 시작한 니콜라이 교회의 평화의 기도회는 그 뒤 매주 월요일에 정기적으로 시행되다가 마침내 1989년 10월 7일부터 2,000명이 넘는 군중들이 모여 기도회를 가진 뒤 비폭력주의 기치아래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으며 이 힘이 결국은 통일독일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전설 같은 내력이 있는 곳이다.
그 날의 촛불은 14년이 지난 오늘도 꺼지지 않은 채 세계각처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분쟁, 착취와 기근, 자연파괴를 근절해달라는 간절한 염원을 담고 본당의 입구를 밝히고 있는데 벽에 붙여진 수천 장의 노란 종이쪽지 가운데 한글로 된 “평화기원”도 눈에 띄어 감격스러웠다.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베를린에서 열렸던 제4회 세계한민족 포럼은 “분단 한반도와 통일독일” “21세기 한반도 EU의 협력과 발전”이라는 두 가지의 주제를 놓고 모국과 전 세계 15개국에서 모인 100여명의 석학, 지성인들이 한반도 평화통일논의의 새로운 변혁적 접근을 시도하고 EU 통합을 주도한 분단독일, 통합 EU를 주도하고 있는 통일독일 의 평화통일 성취과정을 심층적으로 분석할 기회를 제공 했다.
참석자들은 한반도 평화는 민족공조 못지 않게 국제협력이 절대 필요하며 우리사회의 대표적 당면과제인 대립, 반목, 갈등, 균열을 뛰어넘어 화합과 통합, 더불어 사는 민족의 시대를 개척해야 하는데 그 일을 700만 해외동포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데 뜻을 같이했다.
평화는 인류의 영원한 화두이며, 그것은 말이 아니라 마음으로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는데는 뜨거운 열정 못지 않게 끈질긴 인내도 필요한 것이다. 니콜라이 교회에서 만난 “평화의 기도”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던지고 있다.
김용현/ LA 평통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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