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가 활을 어찌나 잘 쏘는지 화살 한 대로 사슴 12마리를 잡았다는 거 아닌가”
“사냥꾼들이 집에서 쥐를 잡았는데 얼마나 살이 쪘는 지 꼬리가 3파운드나 나가더래”
아이오와에 있는 마운트 스털링이라는 벽촌에 가면 동네 에 하나밖에 없는 주점에서 하루종일 이런 대화들이 오간다고 한다.
인구 53명(2000년 센서스로는 40명), 사람보다 개가 더 많다고 해서 ‘개 마을(Dog Town)’이라고도 불리는 마을, 거짓말 말장난이 유일한 오락인 이 외딴 읍이 요즘 미디어의 관심을 받고 있다. 조 햄릿이라는 시장의 기발한 발상 때문이다.
햄릿 시장의 아이디어는 마을사람들이 거짓말을 할 때마다 벌금을 부과하는 거짓말 금지 시조례를 만드는 것. 중서부의 정직성을 회복하겠다는 것이 표면상의 의도이지만 시장이 마을의 정직성보다 더 얻고 싶은 것은 시 예산이다. 마을의 비포장 도로들을 포장하려면 7만달러가 필요한데 아무리 둘러봐도 그 돈을 마련할 방안이 없었던 것이다.
거짓말 금지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위배될 수 있어 실제로 법집행이 가능할 지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 덕분에 현재 시장과 이 마을이 전국적 관심을 받고 있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 된다.
거짓말에 벌금을 부과한다면 과연 벌금 안낼 사람은 얼마나 될까. 모르긴 몰라도 상당히 드물 것 같다. 새빨간 거짓말부터 하얀 거짓말까지 - 평소 스스로 정직하다고 믿는 사람들도 대화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알게 모르게 거짓말을 밥먹듯 하고 있다는 것이 조사 결과로 나와있다.
지난해 매서추세츠 대학 심리학과에서 실시한 조사가 대표적인 예. 연구진은 121쌍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10분간 대화를 나누게 했는데 그중 60%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화시간을 30분으로 늘리거나, 하루로 잡으면 그 숫자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연구진은 이들의 대화내용을 몰래 카메라로 찍은 후 나중에 본인 스스로 거짓말을 가려내게 했는데 모두들 “내가 이렇게 쉽게 거짓말을 하는 줄 몰랐다”며 놀랐다고 한다. 거짓말 빈도에 남녀 차이는 없지만, 여성의 거짓말은 주로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리는 것인 반면 남성들은 잘 난척 하느라 거짓말을 하는 것이 차이로 나타났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28일 재산명시 심리재판에서 자신의 전 예금 재산을 29만원이라고 해서 구설수에 올라 있다. 그는 재임시 측근들 화끈하게 잘 챙기기로 유명했던 인물. 받는 사람들이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큰 씀씀이로 종종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거의 2,000억원의 추징금이 관련된 재판에서 재산이 30만원이라니…거짓말도 이 정도는 돼야 하는 건가.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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