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부모님들이 자기 자식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남보다 멋있고, 잘났고, 공부도 잘하고.., 다른 이들이 보면 별거 아닌데 부모들은 하나같이 “얼마나 예쁜데요, 얼마나 착한데요.”
하여간 세상 모든 자녀는 베토벤이고, 미스코리아고, 아인슈타인이다. 그런데 부모들께서 이것 아시는지 모르겠다. 베토벤은 세상에 한 분이었고, 아인슈타인도 한 분이었다. 흠.., 미스코리아 정도면 해마다 한 명씩 나오니까... 하여간 내 자식이 대단한 인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100만 명중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 로토 당첨과도 같은 사실이라는 것임을 제발 좀 알아달라는 것이다.
몇 년 전 일이다. A라는 16세 된 여자아이가 있었다. 참 예쁘고, 깜찍하게 생긴 것이 한 눈에 쏙 들어오는 눈에 튀는 아이였다. 성격도 활발하고 공부도 꽤 잘하여 한마디로 친구들 사이에 퀸카라고 소문나 있었다. 이 아이는 한인사회에서 주최하는 청소년 미인대회에서 진으로 뽑힌 적도 있고, 모델대회에도 몇 번 입상한 경력이 있던 자타가 공인하는 팔방미인이었다.
부모는 이러한 딸아이를 자랑스러워했고,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며, 곧 자신의 딸은 스타가 될 것이라고 떠들고 다녔다. 그 스타라는 로토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그 엄마는 밤잠을 설쳐대며 고민도 하고, 구상도 하고, 어떻게 하면 자신의 딸이 TV에 나올 수 있을까! 오직 그 생각밖에는 안중에 없었다. 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엄마는 자주 한국을 방문하였다. 혹시라도 방송계통에서 딸을 키워주지 않을까라는 바람에서 딸의 스타 데뷔를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 중이었는데 어느 날 딸의 친구가 마약을 팔다가 경찰에게 연행된 것이다. 그런데 친구는 그 마약이 자기 것이 아닌 그 예쁜 딸 A의 것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기가 막혀서 이럴 수 있는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상담을 온 것이었다.
나는 A의 눈을 마주쳐 보려고 했고 A는 계속 나의 시선을 피하며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분명히 A가 약을 하고있는 아이임을 알 수 있었고, 엄마가 이성을 잃은 듯이 떠들어대는 통에 도무지 진실을 말할 용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읽을 수 있었다. 잠시 후 A하고만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며, A의 고백을 들을 수가 있었다.
“사실, 그 약 제것 맞아요. 무서워서 친구 가방에 넣었어요. 잘못했어요. 흑흑.., 정말 정말 엄마가 싫었어요. 그런데 무서웠어요. 엄마가 나한테 실망하는 것이 무서웠어요. 저는 매일매일 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옷도 입어야했고, 머리도 엄마 마음대로 했어요. 제가 원했던 것은 이게 아니에요. 전 모델 같은 것도 창피하고, 무대에 설 때마다 가슴이 떨리고, 그 순간이 싫어요. 그런데 엄마는 자꾸 그런 것만 나한테 시켜요. 한국에서 오디션도 보래요. 난 한국말도 잘 못하고, 한국 가기 싫어요. 전 여기가 훨씬 좋아요. 목사님! 엄마한테 저 약했다고 절대로 말하지 말아주셔요. 다시는 안할께요. 정말이여요.”
엉엉 통곡하는 A는 제법 약 세계에서 유명한 아이였다. 레이브 파티의 여왕, 남자아이들의 선망의 대상, 마른 몸매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 중 약은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이미 터득한지 꽤 오래된 아이였다. 엄마의 기대와 망상이 무너지고 있었다. 로토의 당첨을 기대했는데 꽝이 나고 만 것이다.
우리 부모 중에는 가끔 자녀가 대박이라도 터져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그 바램을 의사, 변호사, 박사 등등에 둔다. 그러나 그 기대는 헛된 망상이 될 수도 있다. 평범한 것이 가장 비범하다는 말도 있듯이 지나친 기대는 버리는 것이 자녀도 편하고, 부모는 더 편해질 것이다.
한영호 목사
<나눔선교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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