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주지사 퇴출 여부를 묻는 소환투표가 예정대로 오는 10월7일 실시되게 됐다.
LA 연방법원의 스티브 윌슨 판사는 20일 LA와 샌디에고, 새크라멘토 등 적어도 캘리포니아 내 6개 카운티가 보유한 천공식 투개표 시스템의 오류 가능성을 지적하고 기계가 완전히 교체될 수 있도록 투표를 내년 3월2일 예비선거까지 연기해 달라는 미국민권자유연맹(ACLU)을 비롯한 사회단체의 소송을 기각하고 소환선거가 당초 계획대로 치러진다고 밝혔다.
윌슨 판사는 이날 캘리포니아인들의 의지에 거스르는 판결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해 번복될 가능성을 배제했다.
사법부의 이번 판결은 연기될 가능성도 있었던 법률적 논쟁 속에서 가장 진전된 결정이다.
데이비스 당내결속 호소 부스타만테‘어부지리’
연방 법무부에 이어 LA연방법원에서도 20일 오는 10월 7일 선거를 연기할 이유가 없다고 판시, 그레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어쩔 수 없이 유권자의 결정에 주지사직 퇴출여부를 맡기게 됐다.
그는 주지사 업무수행에서도 낙제점수를 받고 최근 여론조사의 소환지지율 급등과 같은 민주당 소속인 크루즈 부스타만테 부주지사의 돌발 출마선언에 이어 당지도부의 내부 분열조짐 등의 악재와 연속적으로 맞닥뜨리고 있다.
관계자들은 이처럼 사면초가에 빠진 데이비스 주지사가 19일 UCLA에서 행한 공식 연설에서 생존전략의 방향과 윤곽을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비스는 이날 자신의 행정 실수를 인정하고 가주 주민들에게 사과하면서도 “소환선거는 공화당측이 가주의 민주당 주도권 약탈을 위해 전국적으로 진행하는 음모”라고 공화당측을 맹비난하면서 소환이 결정되면 가주가 그동안 이룩한 진전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며 민주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결국 데이비스는 ‘캘리포니아주를 공화당에 넘겨줄 수 없다’는 내용으로 민주당의 결속을 다지고 이번 선거의 큰 변수로 작용할 흑인계, 라틴계등 소수계와 노동조합원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스 주지사는 “민주당의 보루”를 지켜야 한다는 정치적 메시지로 대선을 앞두고 위기의식에 빠진 민주당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데이비스의 퇴출 가능성에 대비, 일종의 ‘비상 안전판’으로 출마한 부스타만테 부지사의 지지율이 공화당의 유력한 후보인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근소한 차로 앞선 현재 상황이 그에겐 커다란 부담이다.
실제로 주지사 관저 입성 가능성에 고무된 부스타만테 주지사가 공격적인 유세를 벌이기 시작한 탓에 데이비스 주지사는 공화당과 민주당 양쪽의 협공에 걸려든 곤혹스런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데이비스 주지사의 민주당 결속 호소는 결국 부스타만테에 대한 지원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엄청난 재정적자를 불러온 그에게 염증을 느끼고 있는 민주당계 유권자들이 현직 주지사를 퇴진시키고 부스타만테를 중심으로 뭉쳐 민주당의 마지막 보루를 방어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데이비스 주지사가 택한 정면돌파 전략은 민주당을 결속시키는데에는 힘을 보탤지 몰라도 히스패닉 표를 등에 엎은 ‘내부의 적’ 부스타만테를 도와주는 것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슈워제네거, 불필요한 서비스 줄여 긍정적 기업환경 창출 강조
공화당 주지사 후보로 나선 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20일 그레이 데이비스가 퇴출되고 자신이 주지사로 당선된다면 세금을 올리거나 교육예산을 삭감하지 않고도 캘리포니아주에 ‘긍정적 기업 환경’을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슈워제네거는 출마선언후 2주일사이 캠페인 본부에 자문관으로 영입한 억만장자 투자가 워렌 버펫과 전국무장관 조지 슐츠, 부시 대통령의 전 경제보좌관 마이클 보스킨과 이날 아침 LA국제공항 인근 호텔에서 가칭 ‘가주경제회복카운슬’ 회동을 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공약했다.
슈워제네거는 당선이 되면 곧바로 주정부 감사팀을 구성, 60일간 정밀감사를 통해 심각한 주정부 재정 상태를 파악하여 ‘정면 수술’을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세금인상에 의존하지 않고도 불필요한 부문의 서비스나 지출을 감축하면서 엄청난 예산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그는 그동안 캘리포니아주의 이슈에 대해 이해도 관심도 없다는 관측과 같은 공화당 보수측 라이벌로부터도 세금인상을 할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것에 대해 이날 “2주일동안 가주의 중대문제를 해결할 묘수는 없고 또 단기간에 해결하는 능력도 없다”고 받아치면서 “세금인상은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전 야구커미셔너 및 1984년 LA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막판에 주지사 보궐선거에 뛰어든피터 유베로스도 20일 세금사면과 지출 삭감등을 내용으로 한 경제 플랜을 공개하면서 본격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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