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찰스 이씨
카지노 빚원인 추정
지난 20일 밤 중앙은행 가디나 지점 앞에 세워둔 자신의 머세데스 벤츠 안에서 20대 한인남성의 칼에 찔려 사망한 한인 여성<본보 8월21일자 1면 보도>은 하버시티에 거주해온 한인 린다 사이호스(66)씨로 신원이 밝혀졌다.
경찰은 또 랜초 팔로스버디스에 거주해온 한인 찰스 이(29)씨를 21일 새벽 이씨의 집에서 사이호스씨 살해 용의자로 체포했다. 가디나 경찰국 관계자는 “피해자와 가해자는 비즈니스 관계로 아는 사이로 이번 사건은 돈 문제에 얽힌 살인사건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용의자 이씨는 가디나 경찰국 구치소에 수감됐으나 감옥 안에서 교도관에게 ‘자살충동을 느낀다’는 말을 하는 등 정신상태가 온전치 못해 LA다운타운에 있는 카운티 교도소로 옮겨졌다. 이씨는 보석금 없이 수감됐으며 22일 또는 25일 토랜스 법원에서 인정신문을 받을 예정이다.
일부에서는 숨진 사이호스씨가 사우스베이의 놀만디 카지노에서 사채놀이를 했고 이씨가 피해자로부터 도박자금을 빌려 썼다며 이 사건이 도박 빚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또다른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부엌칼로 피해자를 수 차례 난자한 혐의를 받고 있다”며 “범행에 사용한 칼은 피해자의 차 안에서 경찰이 발견, 증거물로 보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주차장쪽을 비추는 은행 감시카메라 테이프를 수거해 조사를 벌였으나 사건발생 당시 상황은 카메라에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사이호스씨는 하버시티에 있는 2층집에서 결혼한 딸과 아들, 사위 및 손자등과 함께 거주해왔으며 남편은 수 년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지노서 사채놀이 용의자와도 돈거래”◎…20일 밤 가디나 중앙은행앞 파킹랏에서 피살된 한인 여성 린다 사이호스(66)씨는 10여년전부터 ‘린다 아줌마’라는 애칭으로 놀만디 카지노에서 사채놀이를 해왔으며 용의자 찰스 이(29)씨와도 최근 5,000달러를 빌려주는 등 수차 례 돈거래를 했던 것으로 주변 한인들은 밝혔다.
K모씨는 “사건 당일날 아침 9시 조금 넘어 린다 아줌마와 통화했는데 병원 검사 결과 보러간다고 말했다”며 “용의자 찰리가 린다 누님에게 돈도 꾸어 썼고 또 갚기도 잘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카지노 주변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밥이라도 먹으라고 돈도 집어주곤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또다른 한인은 “6~7년 집앞에서 미행강도를 당하는등 카지노에 나오면서 2차례 강도를 당한 것으로 안다”며 “한번은 총으로 맞아 이빨이 부러진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다른 사채업자 K모씨는 “여자가 사채놀이를 하니까 돈을 떼이는 일도 잦았다”며 “웬만한 남자들보다 통이 더 컸다”고 말했다.
놀만디 카지노를 출입하는 한인들은 숨진 사이호스씨가 사건 당일 오후 6시께 카지노에 들렀었다고 전했다.
◎…사건 다음날인 21일 오전 10시30분께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온 사이호스씨의 딸은 어머니가 칼에 찔려 살해됐다는 본보 기자로부터 전해듣고 울음을 터뜨리며 집안으로 들어가 남동생과 친척, 친지 등에게 전화를 걸어 비보를 전했다. 소식을 듣고 속속 집에 도착한 가족, 친지들은 사이호스씨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용의자 찰스 이씨의 가족들은 이 사건에 큰 충격과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애나하임 힐스에 사는 이씨의 어머니는 21일 아침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침통한 목소리로 “어떻게 된 것인지 우리도 모른다”면서 “숨진 한인여성과 아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것이 없다”고 울먹였다. 이씨 가족들은 이날 오전부터 집을 비운 채 밤늦도록 귀가하지 않았다.
한편 이웃들은 이씨 가족이 조용한 편이었으며 별다른 내왕이 없었다고 전했다. 한 이웃은 “가끔 마주칠 때는 서로 간단한 인사만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씨 부모가 거주하는 이 집은 렌트한 것으로 실제 소유주는 김모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 용의자 찰스 이(29)씨는 범행에 약 30센티미터 길이의 부엌칼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목격한 경비원 페드로코 델로솔(33)은 사건 당시 건물 2층 사무실을 청소하던 중 여자의 비명이 들려 현장으로 뛰어 갔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양다리를 차밖에 내놓은 채 운전석에 앉은 자세였고 얼굴과 목, 가슴 등에서 유혈이 낭자한 채 이미 의식불명 상태였다. 용의자는 야구모자를 쓰고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었으며 범행에 사용된 칼은 운전석 바닥에 놓여 있었다고 덧붙였다.
델로솔은 “처음엔 부부싸움으로 생각했다”며 그는 또 “범인과 마주쳤을 때 ‘무슨 일이냐’고 물었으나 대답이 없었으며 흉기로 나를 위협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정섭·황성락·구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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