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과 몇 달 동안 같은 방을 써야 한다면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단체 합숙훈련에서 바로 이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는 한 한인은 훈련받느라 몸이 고됐어도 잠을 제대로 청할 수 없었다고 했다.
잠버릇은 대개 이유가 있다. 아무리 고약한 잠버릇이라 해도 당사자에겐 불가항력적인 요소가 강하다. 코골이는 ‘수면 무호흡증’ 환자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교양 없이 입을 벌리고 자는 경우도 이 증세의 단면이다. 그러니 참을 수 없다며 멱살잡아 깨울 일은 아니다.
침 흘리면 자는 모양도 썩 추천할 만한 자세는 아니다. 하지만 추잡해 보인다고 자고 있는 사람을 흔들어 깨울 수는 없다. 음식을 잘 삼키지 못하는 ‘연하곤란증’을 앓고 있는 노인들이 침을 삼키는 기능이 약화됐기 때문에 취침 중 입 밖으로 침을 흘리는 것이다. 인후나 식도가 제 역할을 못해 주니 생기는 현상이다.
자다가 팔과 다리를 떨어 옆에서 조용히 자던 사람을 깨우는 경우가 있다. ‘가해자’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곤하게 자고 ‘피해자’만 잠에서 깨 밤잠을 망치는 황당한 상황이지만 ‘만성 수면부족증’에 의한 것이니 탓할 수도 없다.
뿌드득 뿌드득 이를 갈면서 자는 사람이 있다. 분노가 극에 달할 때 일부러 이를 가는 경우도 있지만 자면서까지 그럴 사람은 없다. 다만 무의식적으로 이를 가는 잠버릇은 과도한 스트레스, 비염, 천식, 과음 등과 관련이 있다니 그러려니 해야 한다. 도둑이야와 같이 리얼한 잠꼬대로 한밤중에 가족들을 깨워도 스트레스, 우울증, 외상 후 증후군 등과 연계돼 있다니 화를 낼 수 없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하는 게 잠버릇이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나타나는 잠버릇이 또 있다. 영국의 한 학자가 발표한 잠자는 모습과 성격의 상관관계가 그것이다. ‘태아형’ ‘군인형’ ‘갈망형’ ‘통나무형’ ‘불가사리형’ ‘자유낙하형’ 등 6가지 유형에 따라 성격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는 모습을 적절히 바꾼다고 성격을 개조할 수 있다는 언급은 없다.
그런데 잠버릇 연구에서 빠진 것이 하나 있다. 성격이나 태도를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는 잠의 유형이 있다. 바로 ‘칼 잠’이 그것이다. 며칠간 야외 전투훈련에 돌입하면 대형 텐트를 치고 한 소대원 30여명이 종종 동침을 하는데 텐트가 좁아 모두 한쪽으로 몸을 기울여, 마치 엮은 굴비 형상을 하고 잔다. ‘칼 잠’은 사실상 잠이 아니라 고통이다.
그러나 자신의 편안한 취침 모습이 위의 6가지 형태 중 어떤 것이든 ‘칼 잠’을 자야할 때는 일찌감치 마음을 비워야 한다. 짜증나고 자존심 상해도 이웃과의 공존을 위해 ‘자신’을 양보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험담이 잦은 직장 또는 단체생활, 나만이 옳다는 각박한 이념논쟁에서도 ‘칼 잠’ 경험이나 연상작용의 약발은 먹일 듯 싶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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