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사는 A씨는 최근 한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오랜만에 연락을 받았다. 애들 교육도 그렇고 지금 있는 직장도 신통치 않아 미국에 와 옛날부터 해보고 싶던 한의사가 되어 보려 한다며 현지 사정을 알아봐 달라는 내용이었다.
한인 사회에서 이런 부탁을 받는 사람은 A씨만은 아니다. 한국에서 한의사 인기가 오르는 것에 비례해 특별한 기술이나 자본 없이 미국에 오려는 사람들 사이에 한의사는 인기 직종이다. 요즘은 UC 버클리나 UCLA 등 명문대를 졸업하고도 다시 한의사 공부를 하는 1.5세나 2세들도 많다.
이로 인해 LA 한인타운에서 제일 큰 한의과 대학 한 곳에서 공부하는 학생 수만 600여명에 달하고 있다. 이보다는 작지만 정부 공인을 받은 여러 한의과 대학을 다 합칠 경우 재학생 수는 1,000명을 헤아린다.
이처럼 한의사가 되겠다는 사람 수가 많은 것은 한방을 찾는 환자 수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라티노 커뮤니티에도 한방의 효능이 알려져 일부 한의원의 경우 고객의 60%가 히스패닉이다. 무엇보다 양방보다 싸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이들에게 인기 요인이다.
환자 인종이 다양해지는 것과 함께 한인타운에서 한의사 공부를 하는 학생 인종과 국적도 중국 등 아시안은 물론 백인, 흑인, 히스패닉에서 러시아, 태국, 유럽 등 20여 개 국에 달한다. 유럽 각 국에서는 이미 한방이 정부 보험으로 커버되기 때문에 더욱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에서도 날로 치솟는 의료 수가를 낮추기 위해 한방을 메디케어에 포함시키는 안을 검토중이다. 현재 연방 하원에 계류돼 있는 이 안이 통과될 경우 지금 1만 명 선으로 추산되고 있는 미국 내 한의사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무작정 한의업계에 뛰어드는 것은 금물이라는 게 관계자들 이야기다. 지금 타운은 쏟아져 나오는 한의사들로 포화 상태다. 영어에 자신이 있어 타운 외곽을 개척할 생각이면 별 문제지만 뒤늦게 한인타운을 파고들기는 이미 늦었다는 것이다.
또 한국에서 건너온 경우 라이선스를 따더라도 체류 자격은 별개 문제로 각자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한방을 메디케어에 포함하는 법안도 이제 시작이지 언제 통과될지 아무도 모른다. 자기 밥그릇을 빼앗길까 우려하는 양의들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다.
드라마 ‘허준’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지금 한방이 점차 미국에서 인정을 받아 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한방 또한 귀중한 인간의 몸을 다루는 의술이다. 이것저것 해보다 할 것이 없어 하기에는 너무 중요한 직업이다. 한의사는 이를 단지 밥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이 아니라 소명 의식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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