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단속에 대비해 술자리가 파하기 직전 동석한 어린 아들에게도 술을 조금 준다. 경관에 걸려 음주 측정기를 불게 되면 측정기가 고장났다고 우긴다. 그래도 안 통하면 옆에 앉은 아들에게 너도 한번 불어봐라 한다. 아들이 측정기를 불자 음주 사인이 나온다. 그것 보시오, 측정기가 고장났지 하면 경관이 머쓱해 하면서 자리를 뜬다. 측정기 오류 시비가 빈번한 한국에서 일부 술꾼들 사이에 회자되는 부도덕한 얘기다.
이와 달리 섬뜩한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떠올려 음주운전을 자제하기도 한다. 한 직장인은 몇 년 전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글렌데일 인근 프리웨이에서 앞차를 들이받아 3명을 죽게 해 6개월된 아들을 뒤로하고 교도소에 간 한인 여성의 비극을 생각한다고 한다.
일단 운전대를 잡고 액셀을 밟은 운전자들이라고 해서 무모하지만은 않다. ‘나만의 노하우’로 무장하고 바짝 긴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음주운전자의 ‘공공의 적’은 졸음이다. 한 운전자는 술을 많이 마시게 될 자리 같으면 미리 얼음통을 준비해 운전 도중 머리에 얼음을 올려놓아 졸음을 쫓는다고 한다.
똑바로 가려 해도 핸들이 따로 논다 싶으면 프리웨이에서 내려 길가에 차를 세우고 토막 잠을 청한다. 여기서도 방심은 금물이다. 한 운전자는 운전석에 그냥 앉아 졸다가 걸리면 정차상태라 해도 이미 그 현장까지 음주 운전한 것으로 간주돼 처벌된다. 그러므로 반드시 승객석으로 옮겨 앉아야 한다고 귀띔한다.
프리웨이를 이용해야만 한다면 크루즈 장치를 이용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 음주 운전자들의 공통된 주행양태는 과속이다. 이럴 때 시속 60 내지 65마일 정도로 고정시킨 채 달리면 ‘과속에 음주’라는 설상가상의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는 조언엔 수긍이 간다.
도로의 넓이와 운전 시간대도 변수가 된다. 대로에는 작은 도로보다 경찰 차가 많아 적발될 확률이 커진다는 ‘샛길 지상주의’와 밤 10시가 넘으면 차량이 적어 경찰의 눈에 띄기 쉬우므로 미리 자리를 뜨는 게 좋다는 ‘시간차 주행’은 시도할 만하다.
하지만 제 꾀에 넘어갈 수도 있다. 음주운전 경력이 만만치 않은 한 운전자는 술 냄새도 빼고 정신도 차릴 겸해서 창문을 활짝 열고 달리다간 경찰의 표적이 된다. 일반 운전자가 밤늦은 시간에 이런 모습으로 운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트는 게 낫다고 한다.
음주운전 단속을 피하는 방법에는 기발한 것이 여럿 있다. 그렇다 해도 술이 깬 뒤 운전하거나 대리운전자에게 의탁하는 방법에 비하면 위험천만이다. 술자리가 잦아지는 연말이다. 음주운전 단속을 피하려 할 게 아니라, 술 마신 채 핸들을 잡는 담대함을 삼가는 게 어떨까.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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