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의사와 유학생 중심으로 소수에 머물던 볼티모어 한인사회에 자동차 정비기술자들의 취업 이민이 시작되면서 한인인구는 점차 증가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정비사로 이민을 온 사람들은 대부분 정식 정비사가 아니라 이민을 위한 ‘서류상’의 정비사여서 현지 자동차정비회사에 취업해서는 문제를 많이 일으켰다. 타이어조차 갈지 못하는 이들 ‘정비사’는 곧 회사측에 의해 해고돼 고국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해진다. 이들의 문제는 결국 법적 분쟁으로 번지고, 한인들의 요청으로 법정통역을 하던 신봉주 타우슨대교수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공동대처의 필요성을 느끼고 한인회의 결성을 추진하게 된다.
하지만 막상 한인회의 결성을 추진하게 되자 뜻밖의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당시 의사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코리안 소셜클럽과 한인교회에서 반대하고 나선 것. 신교수는 이들 그룹이 자신들의 영향력 약화를 우려, 한인회 무용론을 주장했던 것 같다면서 이들의 설득이 가장 힘들었다고.
신교수는 당시 김훈, 정상사, 정두만씨와 나중에 한인회장을 지낸 이성훈, 장종언씨 등이 한인회 창립에 힘을 모았다고 한다. 이들은 한인교회 등서 한인들의 명단을 얻지 못하자 지역전화번호부를 밤새 뒤져서 한인들을 파악,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신교수는 전화번호부를 토대로 당시 파악한 한인이 360여명 가량이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1969-1970년 한인들은 시동부 패터슨 파크 주위에 30-40여명이 거주했으며 대구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에섹스에도 한인들이 집단 거주했으며, 글렌버니에는 월남과 독일을 거쳐온 한인들이 모여 살았다. 당시 한인들은 대부분 단신으로 와서 살았고 가족들은 나중에 초청됐다. 신교수는 맥주를 사서 이들 지역을 돌아다니며 한인회 참여를 설득했다.
1970년 3월 타우슨대에서 메릴랜드한인회의 전신인 볼티모어한인회 창립총회를 가졌다. 60-70여명의 한인이 모였다. 장종언씨가 사회를 봤다. 신교수는 반대자들중 일부는 한인회가 자리를 잡아가자 가세, 나중에 한인회장도 지냈다고 밝혔다.
초대 부회장으로는 작고한 다니엘 김 전 코핀대교수가 선임되고, 유상열, 정상사, 허종욱씨 등이 임원을 지냈다.
신교수는 의사들이 초기 한인 이민자들을 낮춰보며 가까이 하지 않다가 1980년대 들어 한인사회가 커지자 한인들을 상대로 개업하는 의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한인회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한인회를 창립한 신교수에 대한 한인사회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초대회장을 맡은 신교수가 취임한지 3개월만에 서울대 상대 초빙교수와 농수산부 개발사업 고문을 맡아 한국으로 떠나버린 것. 무책임했다는 일각의 비난에 대해 신교수는 당시 부회장이던 다니엘 김교수로 회장대행체제를 갖춰놓고 떠났다고 해명했다.
신교수는 1930년 부산에서 출생했다. 1956년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라 켄터키주의 조지타운 칼리지를 거쳐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제학 석,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오하이오주립대 시절 부인 임영애(71) 박사를 만나 결혼했으며, 임박사가 학위 취득후 1964년 NIH산하 노화연구소에 취직하면서 볼티모어로 오자, 이듬해인 1965년 타우슨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하게 된다.
강의와 한국 정부기관 정책자문 등으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생활하는 신교수는 1974년 당시 야당총재로서 박정희 정권에 맞서 싸우던 김영삼 전대통령에게 타우슨대의 명예박사학위를 주선하기도 했다. 김 전대통령의 명예박사 학위 취득은 이 학교 160여년 역사에 외국인으로는 처음이었다.
신교수의 한인 제자로는 이세희 부동산회사 대표, 박종섭 메릴랜드식품주류협 고문, 김철만 메릴랜드한인회 수석부회장, 채한복 공인회계사 등이 있다. 자녀로는 현자(미네소타대 교수), 현조(보스톤 증권 서울지점장), 수조(증권회사 근무)씨 등이 있다.
<박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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