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5달러짜리 e베이선 70달러에 판매
출시 3년만에 200만대 판매 아이들에 인기
가짜 장난감 돈이 아니라 진짜 현찰을 넣고 뺄 수 있는 ‘유니버스 ATM 머신’(Youniverse ATM Machine)은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어른이 되는 요즘 아이들을 위한 최신형 돼지저금통이다. 10세가 넘은 아이들은 기계에 포함되어 있는 ATM 카드도 사용할 수 있다. 카드를 넣고 PIN을 누르면 스크린에 이름까지 포함된 환영 문구가 뜬다. 시큐리티 카메라를 응시하는 척하면서 곧 빳빳한 지폐를 집을 생각을 하고 있으면, 진짜 ATM과 달리 이 장난감 ATM은 현찰이 담긴 서랍을 열어준다. 철없는 아이라면 마지막 동전 하나까지 꺼내갈 수 있겠지만, 24달러95센트짜리 기계에서 그 이상을 기대하기는 무리가 아닐까? 그래도 동전은 셀 줄 아는 기계다.
어쨌든 비자, 매스터카드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흉내낸 작은 로고가 붙은 이 ‘유니버스 ATM’은 올 크리스마스 시즌에 미 전국에서 없어서 못 팔았다. ‘토이저러스’에서는 1만개가 나흘만에 동이 났고, 샤핑 채널 ‘QVC’와 ‘홈샤핑 네트웍’에 데뷔한 날은 3시간만에 매진됐다. 현재 E베이에서 70달러 이상에 팔리고 있으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3년 전에 나온 이래 200만대 이상 팔린 이 장난감 ATM의 인기는 장난감 업계가 겪고 있는 변화도 잘 보여주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전통적인 장난감과 과거보다 훨씬 더 빨리 결별한다.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장난감회사 ‘해즈브로’가 전자제품 위주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것을 이유로 들면서 최근 125명을 레이오프 시킨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놓고 마케터들은 ‘KGOY’(Kids growing older younger)라고 불러 왔는데 이 ATM 장난감이야말로 진짜 KGOY 장난감이라고 보스턴대학 교수로 ‘어린이 상업화와 신 소비자 문화’란 책을 쓴 줄리엣 쇼어는 말한다.
“8세 이상 어린이를 위한 이 ATM은 아이들이 선망에 부응하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ATM은 어른만 쓸 수 있지 아이들에겐 금지된 것이었습니다. 옷도 사고, 식료품도 고르고, 장난감도 선택하는 등 당당한 소비자인 아이들이 사용할 수 없는 ATM과 겉보기도 비슷한 이 장난감은 대리만족을 제공합니다” 쇼어의 아홉살난 딸도 이 장난감 사진을 온라인으로 보자마자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주식중개인 출신으로 아이들에게 금전관리를 가르칠 목적으로 10년 전부터 ‘서밋 파이낸셜 프로덕츠’란 회사를 운영하며 이 ATM도 만든 마이클 설(45)은 그동안 저축, 소비, 투자로 칸이 나뉜 플래스틱 가방과 출납부, 카세트 테입으로 구성된 용돈 관리 키트도 만들었지만 그런 진지한 제품 생산은 몇 년 전에 접었다. 뜻은 좋았지만 너무 복잡해서 잘 팔리지 않았기 때문.
아이들의 삶까지 날이 갈수록 급해지고 요란해지는 요즘, 이제 PC, MP3, DVD와 함께 ATM까지 침실로 파고들고 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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