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있다면 무엇을 할까’라는 질문은 부자가 아닌 많은 사람을 잠시 행복하게 한다. 로또가 아니면 인생에 별다른 반전의 기회가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로또를 사는데 수퍼 로또에 당첨되면 차를 바꾸고, 새 집을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벼락부자들은 돈으로 불행도 함께 사는 것이 문제이긴 하나 돈이 생기면 무엇을 하나는 이들의 소비형태를 쫓아가 보면 알 수 있다.
사실 플라스틱이나 종이로 된 돈이란 하드웨어일 뿐이다. 돈에 찍히는 명령어가 무엇인가에 따라 돈은 그 모습을 크게 달리한다. 돈에 입력되는 명령에 따라 살인청부업자가 총을 빼들 수도 있고, 기아로 죽어가던 어린이가 살아나기도 한다.
플로리다에서 만났던 한 한인은 스시집을 하며 큰돈을 벌자 낚시꾼 30여명을 태울 수 있는 보트를 샀다. 그는 이 보트를 타고 나가 헤밍웨이‘노인과 바다’의 배경이 되는 바다 근처에서 블루핀 다랑어와 씨름하고 있지만 낚시를 웬만큼 좋아하지 않고서야 돈이 있다고 아무나 이런 보트를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LA의 한 한인 비즈니스맨은 자가용 제트비행기로 출장을 다닌다. 미 전역에 점포가 산재해 있는 이 사람이야 자가용 제트기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한 일이나 돈이 많아도 제트기를 타고 갈 데가 없으면 비행기를 살 이유가 없다.
여유가 있으면 자녀가 사립대학에 진학해도 학비 걱정은 하지 않을 터이고, 취향에 따라서는 척척 명품도 살 것이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타운에서 본 한인부자들은 2,500달러 정도면 가능한 유럽여행을 1만달러 패키지로 가거나 남들은 스시 부페를 찾을 때 점당 7달러50센트 스시를 찾는 것 정도다.
뜻밖으로 들릴지 몰라도 돈은 많은데 돈을 쓰지 못하거나, 돈 쓰는 방법을 몰라 고민인 한인들도 있다. 자수성가한 1세 이민자의 공통점 중 하나는 좀 인색하다는 것인데 이해가 가는 일이다. 믿을 것은 내 주먹밖에 없는 상황에서 오늘의 부를 축적하기까지 벌면 쓰지 않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벌만큼 벌었으니 무언가 보람있는 일을 해보겠다며 커뮤니티에 발을 들여놓았던 사람 중에는 돈 쓰는 게 쓴 약 삼키는 것처럼 힘들어 도로 제 자리로 돌아간 이도 있다. 반평생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어서 그런 사람에게 손가락질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도 많으나 돈 쓰는 곳을 고민해야 할만큼 여유 있는 사람도 많은 게 한인사회의 현실이다. 돈 쓰는 방법을 몰라 건조하고, 재미없게 사는 부자도 많은 것이 한인사회의 현실인 것이다.
풍요로운 삶을 살려면 돈 쓰는 공부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 방법 중 하나는 이제 돈에다 예술, 혹은 문화라는 명령어를 찍어 보는 것이다. 연중무휴 계속되는 예술활동을 즐기면서 한인 화가의 그림을 사거나 재능있는 음악가에게는 무대를 마련해주는 등의 방법으로 문화활동의 스폰서를 한 번 서는 것이다. 그곳에는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삶의 또 다른 열정과 풍요로움 등이 있을 것이다.
한인사회에도 이같은 문화 스폰서 활동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디어의 화려한 커버리지에 비하면 그 규모나 수준이 너무 쩨쩨하다는 생각이다.
안상호<부국장·특집1부장>
sanghah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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