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커뮤니티’ 나부터 변하자
집중 기획 시리즈 <5>
한인 업체의 건물 관리직으로 10년 이상 근무해온 히스패닉 A씨. 한인들의 심리를 잘 아는 그는 욕설을 듣게 되면 그대로 돌려준다. 그 앞에서 이유 없이 ‘××놈’ 같은 육두문자를 쓰면, 그는 ‘뭐라고, 임마’라고 되받는다. 처음부터 이런 건 아니다. 잘해 보고 싶은 그에게 한인들은 인상을 쓰며, 이유 없이 나무랐다. 최소한 욕을 먹는 것은 아닌지 알기 위해 ‘한국어 욕’ 만큼은 제대로(?) 배웠다.
다인종이 섞여 사는 미국에서 인종간 화합을 위한 한인들의 노력이 아쉽다. <서준영 기자>
백인 사위는 좋아도
흑인 사위는 “No”
차별받기 싫다면
한인도 차별 말아야
◇차별은 있다
딸 셋 중 사위 둘은 이미 백인으로 맞이했다는 김모(여·엘토로)씨. ‘동일한 조건의 흑인 사위’는 어떤가는 질문에 김씨는 단연코 ‘안 된다’고 답한다. 이유는 “뽀글뽀글한 머리에 거무스름한 피부를 갖고 태어날 손자손녀가 걱정돼서”다.
‘피부색으로 차별하지 말라’는 단순한 진리는 한인들에겐 공허한 구호다. 한인도 ‘소수계’(Minority)로서 ‘차별 없는 세상’을 주창하지만, 매일 ‘인종차별’을 실천하며 살아간다.
세대별 정도 차이는 있지만 백인, 흑인, 히스패닉, 그리고 얼굴 색이 같은 아시안에 이르기까지 내면의식에 뿌리 박힌 ‘인종 카스트 의식’은 하얀 피부를 가진 자들에겐 사대의식으로, 검은 피부를 가진 자들에겐 비하의식으로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지난달 LA 한인타운 샤핑몰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유흥업소를 찾은 베트남과 중국계에 대한 적대감이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나와 다른 자’에 대한 차별은 폐쇄적 태도로 분출되기도 한다.
◇아메리칸 드림의 결과물인가
백인 우월의식에 더해 한인들이 미국사회에서 타인종과 관계를 맺는 방식 자체가 ‘차별’에 대해 무감각해지게 만든다. 히스패닉과는 주로 노사관계로 맺어져 고용하는 입장에 선 한인들은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이해의 노력조차 접어버린 채 이들을 ‘인간’보다는 ‘노동력’으로 본다. 김모씨는 이삿짐업체의 한인이 히스패닉을 ‘임마’ 내지는 ‘이XX’라고 부르며 물건 취급하는 것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고 불편했던 심정을 토로했다.
사회구조적으로 저소득층에다 범죄 보도의 제1용의자로 지목되는 흑인에 대한 차별은 더 심하다.
◇받고 싶은 만큼 대접해야
‘차별’이란 상식적으로 나쁜 것이란 말을 들지 않더라도 다인종이 섞여 사는 미국에서 “차별 당하지 않기 위해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는 최소한의 기준이 된다.
한 사회학자는 “4.29이전까지만 해도 한인들은 스스로를 백인과 동일시했기 때문에 흑인과 히스패닉에 대한 차별을 당연시하는 의식이 강했으나 폭동을 계기로 변화가 나타나게 됐다”면서 “백인을 상대로 정당한 대우, 동등한 위치에 서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그들에게도 같은 마음을 품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배형직 기자>
hjba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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