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연휴 중 남가주 B씨 가족의 어느 날. 동부와 북가주에 흩어져 살던 자녀들이 모두 모여 6식구가 북적북적하지만 집안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고요하다. 모두가 종이 한 장 앞에 놓고 뚫어져라 들여다보며 고심을 한다.
전염성 강하고, 중독성 강해서 한번 감염되면 좀처럼 헤어나지 못한다는 신종 바이러스, 수도쿠(數獨)가 찾아든 것이다. 일본과 유럽을 거쳐 지난해 미국에 상륙한 숫자 퍼즐, 수도쿠가 마침내 이 집에도 도착했다.
“대학에 재학중인 딸이 집에 내려오면서 수도쿠 게임 책을 한 권 가지고 왔어요. 처음에는 ‘골치 아프게 뭐 하러 이런 게임을 하나’했는데 한번 해보니까 빠져들게 되더군요. 저녁 먹고 식구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수도쿠를 하다보면 두세 시간은 금방 가요”
아침에 일어나면 수도쿠부터 몇 게임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는 사람, 신문이 오면 제일 먼저 수도쿠 페이지를 펼친다는 사람, 게임 책을 들고 다니면서 시간이 빌 때마다 수시로 퍼즐을 한다는 사람… 지난 몇달 사이 미국에서도 수도쿠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보도들이 있 었다.
수도쿠(Sudoku)란 숫자들이 제각각 독자적으로 자리한다는 뜻의 일본말. 가로 9칸, 세로 9칸으로 81개의 칸이 있고, 그 안에 각각 가로 3칸, 세로 3칸의 작은 정사각형 9개가 들어있다. 게임은 모든 가로 줄과 세로 줄, 그리고 9개의 작은 정사각형 안에 1~9까지의 숫자들이 겹치지 않고 들어가도록 적어 넣는 퍼즐 방식이다.
알파벳을 사용하는 단어 퍼즐은 영어 어휘력이 풍부해야 할 수 있지만 수도쿠는 만국 공통어인 숫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언어장벽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숫자 퍼즐의 아이디어는 18세기 스위스의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가 처음 만들어낸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의 수도쿠는 오일러의 숫자 퍼즐인 ‘라틴 정사각형’의 변형인 셈. 80년대 중반 일본에서 처음으로 유행했고 이름도 일본말을 쓰지만 사실 수도쿠는 미국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1979년 뉴욕의 게임 잡지인 델 퍼즐이 소개한 ‘넘버 플레이스’가 지금의 수도쿠. 하지만 미국에서는 당시 인기를 끌지 못했고, 대신 일본인 유학생이 일본으로 가지고 가 소개하면서 일본에서 수도쿠 열풍이 일어났다.
이어 90년대 말 뉴질랜드 태생 홍콩 변호사인 웨인 굴드가 일본 여행 중 수도쿠를 발견하고 이를 서구권에 소개하면서 유럽에 수도쿠 붐이 일었다. 미국에서도 몇 달 전부터 LA 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일간지들이 수도쿠를 싣고 있고, 단행본 게임책이나 설명서는 100여가지가 나와 있다.
수도쿠는 기본적으로 머리를 쓰는 게임. 치매 예방을 위해서라도 해볼 만한 여가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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