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감독국 제재하 이사진 재구성 가능성
나라은행의 양 호 행장의 전격적인 사임으로 한인 은행계가 다시 한 번 술렁이고 있다. 양 행장 사퇴를 몰고 온 이사진과 갈등, 사퇴이후 나라은행의 경영 체제와 이사회 재편 전망, 차기 행장 구도, 이에 따른 문제점들을 짚어본다.
임시행장 앨빈 강 전무 유력
■이사진과의 갈등
이번 양 행장의 사퇴는 행장의 비전부재, 지난해 후반기 영업실적 부진에 따른 부담감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나 경영진과 이사진의 갈등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은행주변에 따르면 양 행장을 비롯한 간부직원들과 이종문, 박기서, 백제선 이사 등 영입파 이사들과의 갈등은 최근 극도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이사들은 행장의 경영스타일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사소한 일까지 깐깐하게 따지는 등 경영진을 불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비해 은행 간부와 직원들은 이들 이사들이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간섭만 한다며 반발, 갈등이 심화됐다. 특히 뱅콥 이사들은 이사보수로 매년 1만2,000달러, 월 1회 열리는 이사회 소위원회 참석시마다 1,000달러씩을 지급받아 왔으며 타지역 거주 이사들은 이사회 참석시 은행부담으로 최고급 호텔과 1등석 비행기를 이용해왔다. 박기서씨와 백제선씨는 당초 나라은행 소유지분이 없었으나 그동안 받은 스탁옵션이 12만주로 늘어나 16일 종가기준으로 200여만달러의 자산가치를 소유하게됐다.
■경영 체제 어떻게 되나
나라은행 지주회사인 나라뱅콥은 16일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양 호 행장의 15일자 사표 제출 사실을 공식화했다. 사임일은 한 달 후인 오는 3월15일이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은행의 경영 체제를 차기 행장이 선임될 때까지 임시행장 체제로 전환하고 새로운 행장 물색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나라 이사회는 17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임시행장 체제 등 향후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나라은행 내부 구도를 볼 때 임시행장으로는 전무급이 맡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중 서열과 연령 등 면에서 CFO인 앨빈 강 전무가 유력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다른 인물이 임시행장 체제를 이끌어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라은행은 지난 2003년 말 당시 홍승훈 행장이 취임 3개월만에 전격 사임한 뒤 임시행장을 당시 이사장이던 벤자민 홍 전 행장이 맡았던 사례가 있다.
■이사회 재구성으로 이어지나
이번 양 행장의 전격 사임으로 이종문 이사장과 양 행장, 박기서, 백제선, 존 박, 김용환 이사 등 6명으로 구성돼 있던 나라뱅콥 이사회의 구도가 크게 바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경영 체계 문제에 따른 은행감독국의 제재 상태(MOU) 하에 있는 나라은행은 그간 이사진 보강이 이뤄지지 못해온 가운데 감독국으로부터 한인이 아닌 외국인 전문 이사 2명 보강 권고를 받은 사실이 있고, 양 행장의 사의 표명 이전에 이사진 내부의 대립 구도 속에 김용환 이사가 한때 사퇴 의사를 밝힌 적도 있어 이사진 구성에 새로운 판이 짜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이사들의 추가 사퇴로 이사수가 5명 미만으로 줄어들 경우 의결 정수가 구성되지 못해 현 이사회를 해체하고 주주총회를 열어 다시 이사회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현재 한인 은행들을 비롯한 많은 금융기관들은 이사진의 책임을 강화하면서 이사의 자격 중 고령에 따른 나이 상한선을 두고 있는데 유독 나라은행 이사회에만 이같은 규정이 없어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한미은행에서도 조지 최 전 이사가 연령 상한선에 걸려 은퇴한 바 있다. 각 은행마다 규정은 다르지만 평균 72세로 되어 있는 다른 은행들의 이사 연령 제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나라에서는 올해 78세가 되는 이종문 이사장과 74세가 되는 박기서 이사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역대 도중하차한 행장들
이번 양 호 행장의 중도 사임으로 한인 은행계에서는 근래 정상적으로 행장 교체가 이뤄진 전례를 찾아보기가 거의 힘들 정도가 됐다.
지난 98년 당시 한미은행 민수봉 행장(현 윌셔은행장)이 임기 만료를 수개월 앞두고 이사들과의 갈등에 밀려 사임했고 그 뒤를 이은 육증훈 행장도 연임 후 2번째 임기 2년여를 남겨두고 전격 사퇴한 바 있다. 이후 유재환 행장도 지난 2004년 한미 이사회의 전격적인 손성원 행장 영입 결정에 따라 1년반만에 밀려나기도 했다.
2001년 8월 북가주 아시아나은행에 부임했던 박광순 행장(현 미래은행장)도 당시 이종문 이사장과의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8개월만에 사임했고, 이후 아시아나가 나라와 합병한 뒤 나라 행장이 된 홍승훈 행장(현 아이비은행장)은 3개월만에 밀려나다시피 사직해 최단명 행장을 기록을 남겼다.
<김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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