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의 주부인 김모씨는 일주일 전부터 오른쪽 다리가 붓고 통증을 심하게 느꼈다. 처음에는 오랫동안 서 있어서 다리가 붓는다고 생각했는데 자고 일어나도 다리는 계속 부어있고 부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기는 나아지지 않았고 다리 색깔은 붉은빛을 띠었다. 걸을 때는 다리의 통증이 심하고 걷기가 어려워서 병원을 찾아왔다. 걸을 숨이 차거나 가슴이 아픈 증상은 없었다.
김씨는 과거에 특별한 질병을 앓은 적은 없었고 수술을 받은 적도 없었다. 둘째 아이를 낳은 후 지난 5년 동안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었고 담배는 하루에 반갑 정도를 피고 있었으며 술은 마시지 않았다.
검진상 혈압은 수축기 120mmHg, 이완기 80mmHg으로 정상이고 맥박은 분당 70회였다. 혈중 산소 농도는 99퍼센트로 정상이었다. 하지 검사상 오른쪽 다리는 무릎 아래가 부어 있었고 붉은 빛을 띠었다. 만질 때 뜨거운 열감은 없었고 발목을 움직일 때 장딴지에 통증을 느꼈다(Homan’s sign). 정맥 초음파 검사상 혈전이 발견되었고 김씨는 하지 심부 정맥 혈전(lower extremity deep vein thrombosis) 진단을 받았다. 현재 복용중인 피임약이나 흡연습관이 혈전 형성의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피임약을 끊고 금연할 것을 권유받고 약물치료에 들어갔다.
심부 정맥 혈전이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서 혈전(핏덩어리)이 하지나 상지의 정맥혈관에 형성되는 질환을 말한다. 흔한 원인으로는 첫째, 장거리 여행이나 수술 후에 오랫동안 하지를 움직이지 않는 경우에(stasis) 정맥 혈전이 생길 수 있고, 둘째는 혈관에 외상(injury)을 받는 경우에도 정맥 혈전의 원인이 된다. 셋째, 각종 암을 앓고 있거나 피임약, 신장질환, 임신, 흡연 습관 등은 인체내 혈액의 점도를 높여서(hypercoagulable state) 혈전 형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또 폐경기 여성들이 많이 복용하고 있는 여성 호르몬 치료도 혈전형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 심부 정맥 혈전은 다리가 붓고 아플 수 있기 때문에 몹시 불편할 뿐만 아니라 하지의 핏덩어리가 떨어져 나와 폐동맥을 막으면 급성 호흡곤란을 유발할 수 있고 응급 치료를 받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해서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 정맥 혈전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자동차나 비행기를 이용한 장거리 여행시에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휴게실이나 기내에서 자주 걷는 것이 중요하다. 또 장시간 한자리에 앉아서 일하는 것은 피하고 정맥 혈전의 병력이 있는 여성은 피임약이나 호르몬 치료를 피해야 한다. 아스피린은 정맥 혈전 치료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항응고제를 최소 3개월 이상 복용해야 한다.
이영직 <내과전문의>
(213)383-9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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