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LA의 허름한 4플렉스를 71만5,000달러에 판 고객이 글쎄 애틀랜타에 가서 30만달러짜리 4플렉스 3동과 호수가 보이는 기막힌 뷰의 5베드룸 저택을 50만달러에 샀답니다. 비용을 다 제하고 남은 50만달러로 그 정도의 부동산을 매입했다니…. LA에서는 하도 꿈같은 얘기라 10여년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한 부동산 관계자가 전해준 말이다.
얼마 전 큰 아이가 다니던 태권도장의 관장도 가족과 함께 댈러스로 떠났다. 그 역시 팜데일의 집을 판 돈으로 댈러스 외곽에 4베드룸 하우스를 20만여달러에 장만하고 비즈니스까지 셋업했다. “주택가, 생활비 비싼 LA에서 아등바등 사느니 집값 저렴하고 교육과 비즈니스 환경 양호한 댈러스에 정착하기로 했다”는 게 그의 이주 배경이다.
LA를 등지는 사람들이 적잖다. 무섭게 뛴 부동산 가격은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LA의 집값은 얼마나 올랐나? 2000년4월 20만달러를 턱걸이하던 중간주택가는 6년만인 지난달 55만달러를 돌파했다. 인구 유입이 늘고 개발 붐이 한창인 한인타운은 한 술 더 떠 6-7년전 10만달러대이던 ‘그저 그런’ 콘도가 지금은 40만달러대 후반-50만달러대 초반에서 거래된다. 홈 오너들은 ‘돈벼락’을 맞았지만 그 외 사람들, 바로 집 없는 서민에게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접게 하고 상대적 박탈감만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인타운 직장에 근무하는 30대 후반 가장 황모씨.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그는 요즘 탈 LA를 고려중이다. “월급은 몇 년간 10마일 미만으로 서행했는데 그 사이 집값은 80-90마일로 질주한 느낌”이라며 “여기다 갈수록 인상되는 아파트 렌트도 고통”이라고 한숨지었다. “그렇다고 지금 LA에서 집을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5-10년 뒤에도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라고 고개를 젓는 그는 몇 곳의 ‘이주 후보도시’를 되뇌었다.
LA를 비롯한 캘리포니아의 폭등한 집값은 특히 젊은 부부들과 은퇴노인들, 초기 이민 가정들을 타지역으로 내몰고 있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분석이다. ‘탈 캘리포니아 행렬’은 가까운 라스베가스나 애리조나는 물론 이 곳보다 집값과 생활비가 더 저렴한 중부 지역까지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04년 한 해 동안 캘리포니아의 전입자는 40만, 전출자는 이보다 10만이나 많았다. 얼마나 싸길래 떠나는가. 애틀랜타를 예로 들어보자.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한인선호 지역의 경우 건평 1,500스퀘어피트 콘도는 12만달러, 2,000스퀘어피트 정도 신축 콘도는 20만달러대 초반이면 구입이 가능하다. LA에서 웬만한 콘도값도 못 되는 50만달러대 하우스는 입이 딱 벌어지는 맨션 수준이라고 한다. 집 없는 사람들은 귀가 솔깃해 질만 하지 않은가.
“LA의 집값도 언젠가 떨어지지 않을까”라고 희망을 내비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바람과 달리 앞으로 급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지난 62년간 집값이 폭락한 때는 90-96년 단 한 차례로, 상당수 전문가들은 ‘아주 이례적’이라고 못을 박는다. 오히려 “가격은 안 떨어지고 주택시장의 사정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낯선 곳에 둥지를 트는 것은 쉽지 않은 일, “LA를 떠날까 말까” 무주택자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이해광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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