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랜 지기와 오랜만에 햇살이 찬연한 말리부 해변도로를 달렸다. 아기자기한 토팽가 캐년 블러버드에 살짝 숨어있는 보라빛 일색 레스토랑에 찬사를 터뜨렸고 다시 라치몬트에 돌아와 파머스 마켓의 장터 분위기를 만끽했다.
겨우 몇시간인데 오랜 시간 휴가를 보낸 것 같았다. 인구밀도 최고의 도시지만 한시간 이내에 바다와 산이 있는 환경에 감사하고 이민자의 외로움을 막아주는 한인타운이 곁에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고 맘놓고 웃어봤다.
그녀는 한인타운으로 오기 전 샌타모니카에서 오래 살면서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되는 향수병’을 독하게 앓았다고 했다. 산속에 숨은 주택들을 보면서 ‘저런 곳에서는 난 못살아’라는 말이 동시에 나왔다
다음날 LA타임스가 금을 찾느라 1900년대 초 시작됐던 캘리포니아 드림은 아직도 계속된다고 보도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외국출신 이민자들이 새로운 정착지로 LA를 선택하는 추세도 여전하지만 이제는 뉴욕등 타주에서 오는 숫자가 이민자들의 3배나 된다고 했다. 작년 한해만해도 가주에 정착한 합법이민 외국인이 20만이지만 뉴욕등 타주에서 전입한 숫자는 무려 60만명이 넘었다는 것이다.
높은 범죄율나 상시 트래픽에 오염된 대기, 비싼 집값, 대지진 공포등이 싫다고 빠져나간 주민들이 많다 해도 캘리포니아주 인구는 계속 팽창되고 있다. 현재 3,700만 인구에 2030년까지는 1,100만명이 더 추가되어 한국인구와 비슷한 4,800만명이 살게 된다는 전망이다.
이민자들과 타주인의 캘리포니아주 전입 동기는 약간은 다르다. 외국인들은 대부분 자국보다 나은 교육및 복지 환경, 그리고 극소수 타인종도 서럽지 않은 멜팅팟 시스템을 첫째로 꼽는다.
반면 타주 전입자들은 ‘날마다 휴가인 듯한 밝고 따뜻한 기후’가 최우선이다. 물론 ‘캘리포니아주에는 수백만의 일자리가 기다린다’는 100년전 골드러시 당시 구인 포스터 내용이 아직도 퇴색되지 않을 만큼 직업이 많은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그들 중에는 신생 한인이민들은 물론 중남미 국가등 타국, 또 동부나 중부 등지에서 든든하게 뿌리내렸던 한인들도 캘리포니아주로, 그것도 LA로 몰려드는 숫자가 포함되어 있다.
이유나 배경도 다른 국가출신자들의 이민관이나 캘리포니아 드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없는 이들이 견디기 쉬운 온화한 날씨’가 세계 최고라는 평판이며 먹고 사는 일거리가 그래도 많고 특히 소수계로 사회적, 문화적 박탈감이나 외로움을 탈 필요가 없다는 매력이 그것이다.
게다가 LA와 외곽지역에 드넓게 조성된 한국맛 그대로의 한인타운은 한인들의 캘리포니아 드림, LA드림을 더욱 부채질 한다고 본다. 또 불과 20년 전만해도 각종 청소업이나 가드닝, 봉제, 스왑밋, 리커나 소규모 마켓에서나 종사했던 한인들의 신속한 고급인력화도 신기할 것이다.
경제력은 어떠한가? 좀더 잘살아보자고 왔던 한인들이 이제는 금융가로 미국전체에 명성을 떨쳤던 윌셔가 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같은 경제적 파워와 그에 따른 한인타운 확장세는 여러가지 부정적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흡인력을 발휘하고 있다.
광기에 가까운 월드컵 붉은 응원 열기가 올림픽가와 8가, 윌셔에서 거리낌없이 피워 오르고 스테이플스 센터가 한인들의 응원장으로 무료 대여되는 상황도 캘리포니아 드림 성취의 한가지 증거라 봐도 되지 않겠는가.
시끄럽고 지저분한 한인타운을 벗어나 외곽으로 나가야 성공적 삶을 사는 것 처럼 보였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비즈니스나 할 뿐 살기로는 절대 적당치 않다던 한인타운 인근이 황금알을 낳고 있다. 불과 몇년만에 너무 비싸서 살 수 없다는 한탄의 대상이 됐다.
미국서도 손꼽히는 주거 지역에서 살면서 외관상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지인들도 어느새 한인타운의 이웃으로 되돌아 와 서 있다. 일단 되돌아 온 사람들의 한결같은 마음은 다시는 안나간다는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속 한인타운 드림도 무르익고 있다.
이정인 국제부 부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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