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자명한 진리로 믿는다. 즉,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된다는 것, 그들은 창조주로부터 일정한 권리를 부여받으며 여기에는 삶, 자유 및 행복의 추구 등이 포함된다는 것, 이러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수립되며, 정당한 권력은 국민의 동의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것, 이같은 목적을 파괴하는 정부는 바꾸거나 없애 새 정부를 수립하되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이룰 수 있는 최상의 원칙에 입각하여 그 토대를 마련하고, 또 이를 가능케 하는 형태로 권력을 조직하는 것이 국민의 권리라는 것 등이다.”
인용이 조금 길어졌지만 앞에 기술한 내용은 230년전 토마스 제퍼슨이 작성한 독립선언문의 핵심 대목이다. 신생독립국의 건국이념을 담은 제퍼슨의 선언문은 보석처럼 휘황하게 빛나는 이 부분을 제외하면 장황하고, 상투적이며 진부하다.
제퍼슨은 삶, 자유와 함께 ‘행복 추구권’을 인간의 기본적 권리로 못박음으로써 하마터면 고리타분한 고문서로 남을 뻔했던 독립선언문에 영원한 생명력과 함께 ‘사상 최초‘라는 역사성까지 부여했다.
당시 그가 하늘이 내려준 권리 가운데 하나로 거론한 행복 추구권은 이후 200여년간 미국인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구체화하면서 미국을 가장 미국답게 만드는 힘찬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민자들의 나라’로 시작한 미국이 유럽의 강국들을 제치고 불과 2세기만에 세계 최고의 수퍼 파워로 우뚝 설 수 있었던 힘도 바로 이 행복 추구권에서 나왔다. ‘아메리칸 드림’을 일구려는 행복 찾기 노력이 현재 미국이 누리는 물질적 풍요와 사회적 역동성을 가져왔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행복 추구 과정에서 드러나는 미국인들의 특성은 대략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가 근면성(hard work)이다. 이들은 세계적인 ‘일벌레’들이다. 1인당 연간 평균 근로시간이 1,731시간으로 유럽인들보다 길다. 성실하기로 유명한 독일인의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은 1,440시간에 불과하다.
두 번째는 ‘이동성’(mobility)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4,000만명이 이사를 다닌다. 보다 좋은 학군, 주거환경이 쾌적한 동네, 더 멋진 집을 장만하기 위해 이리저리 기웃거린다. 좋은 동네에 널찍한 집을 마련할 수만 있다면 출퇴근을 위해 하루 두세 시간씩 차안에 갇혀 지내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뿐 아니다. 싼값에 질 좋은 상품을 판매하는 팩토리 아웃릿을 찾아, 혹은 스포츠 시합 관전을 위해 몇 시간씩 차를 몰기도 한다.
세 번째는 신앙심(religiosity)이다. 미국인은 선진국 국민들 가운데 신앙인의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이다. 미국인들은 자신의 영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맞춤 한 교회를 찾아내기 위해 끈질기게 교회 샤핑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물론 이같은 행복 추구 방식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물질주의와 행복을 혼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가장 자주 나온다. 비판론자들은 미국인보다 멕시코인이나 나이지리아인들의 행복 체감지수가 높다는 한 국제기구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가며 행복은 물질적 풍요와 동의어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물질적 풍요와 행복은 동의어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올해 퓨 리서치 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소득 10만달러 이상인 고소득자의 49%가 “대단히 행복하다”고 대답한 반면 연간수입 3만달러 이하인 저소득자의 경우 고작 24%만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또 1주일에 최소한 한번 이상 교회에 나가 예배를 본다고 답한 사람들 가운데 43%가 “대단히 행복하다”고 말한 데 비해 한 달에 한번 나가는 사람의 31%, 거의 나가지 않는 사람의 16%만이 같은 대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퓨 리서치 센터의 이같은 조사 결과는 행복이란 물질적나 정신적으로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하긴 성경에도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이강규 국제부 부국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