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탄난 내 인생을
신바람 나게
고쳐준 툴박스
알거지에서 홈 임프루브먼트의 여왕으로 화려하게 재기
여성들도 망치 드는 시대… 쓰기 쉬운 공구 디자인 히트
바바라 카보비트의 인생은 9.11사태가 일어나면서 풍비박산이 나고 말았다. 결혼 생활은 끝이 났고 1990년대에 창업했던 건설회사는 파산했다. 모든 것이 폭삭 내려앉고 만 후 남은 것은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부채뿐이었다. 그러나 바바라는 낙담하지 않았다. 대신 공구함(toolbox)을 챙겨 들고 일터로 나갔다. 바바라는 용감했다.
8세짜리 아들 하나를 데리고 사는 맨해턴의 이 독신 엄마(37)는 지금 여성들이 집안의 크고 작은 수리를 할 때 반드시 그녀의 조언을 귀기울여야하는 유명인사로 우뚝 서 있다. 그녀는 여성들도 직접 공구를 들고 고쳐야하는 시대 조류에 따라 여성들이 쉽게 쓸 수 있는 여성들을 위한 공구를 만들었다. 현재 인기리에 성장하고 있는 그녀의 ‘바바라 K’표 공구는 기존의 공구와는 여성 우호적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남자와 다른 여성의 신체적 특성이 적극 반영된 제품들이다. 남성보다 사이즈나 힘에서 적은 여성들이 쉽게 다둘 수 있도록 망치는 가볍고 자루가 곧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 가미돼있다. 스크루드라이버는 엄지손가락 힘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볼록 나온 걸개가 있다.
마사 스티워트가 주방의 여왕으로 불린다면 그녀는 홈 임프루브먼트의 여왕으로 불릴 날도 머지않았다. 그녀가 디자인한 여성 전용 공구는 이미 홈 디포를 비롯한 메이저 소매점에서 판매되고 있고 관련 서적이 두권, 또 아메리칸 온라인에서 홈 임프루브먼트 코치로도 지명도를 넓히고 있다.
‘블루칼라 마사’라는 애칭을 바바라는 과히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라디오와 TV, 인터넷 등 멀티 미디어를 최대한 활용하는 마사의 성장 모델을 적극 채용할 계획이다. 마사가 가사가 전공이라면 자신은 홈 임프루브먼트가 전공. 과거 여성들이 손을 내저었던 이 분야를 여성들도 쉽고 즐겁고 스마트하게 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돕는 것이 자신의 소임이라고 믿고 있다.
바바라의 비즈니스는 부동산 시장의 활황과 홈 임프루브먼트 산업의 성장 물결을 탔다. 부동산 가치가 급등하면서 홈 임프루브먼트에 사람들은 열을 올렸고 여성들도 굳이 남성의 손을 빌지 않고도 수리를 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즈음 바바라는 자신의 인생을 대대적으로 수리했다.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으로 맨해턴의 고층 빌딩 디자인과 리노베이션으로 연간 100만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리며 커가던 그녀의 건설회사는 졸지에 무너졌고 남은 것은 수백만 달러의 부채와 상처뿐이었다. 결혼생활도 파탄나고 말았고 어릴 적 브롱스에 살 때처럼 다시 무일푼이 됐다.
싱글 맘이 된 후 뭔가 고치려고 할 때 당황스러웠다. 한번은 아들 자카리가 농구대를 벽에 붙여달라고 했는데 찾아보니 공구함이 없었다. 이혼할 때 남편이 가져가버렸다. 여자에게 보다는 남자에게 필요한 물품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 순간 섬광처럼 지나가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다행히 자기는 건설회사를 운영한 경험이라도 있기에 망정이지 다른 여성들에게는 참 부담스런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없이 집을 사는 여성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작은 일은 여성 스스로 해결해야할 필요도 증가하고 있다.
바바라는 공구 디자인으로 제2의 인생을 구축하기로 했다. 먼저 툴박스를 담는 케이스를 만드는 작업. 한 남자 디자이너와 만들었는데 이 작은 작업을 하는데도 남녀간의 시각차는 뚜렷했다. “그는 자꾸 사각형으로 그리고 나는 계속 곡진 것을 그렸다”고 회상한다.
8,000달러를 들인 끝에 완벽한 케이스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그걸 가지고 중국으로 날아가 공구들을 디자인했다. 대만의 한 여사장은 아직 손대지 않은 시장으로 시의적절한 사업이라며 격려해주었다.
바바라 K표 공구는 여성들이 쉽고 간단하게 수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액자를 걸거나 선반, 천정 팬 수리, 삐걱거리는 테이블을 수리할 때 바바라K표 망치나 스크루드라이버, 프라이어, 렌취를 사용하면 작업이 훨씬 쉽다. 여성 우호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공구함 뿐이 아니다. 여성들을 위한 벽걸이 킷트,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생존 킷트로 영역을 넓혔고, 나아가 자동차 점프 케이블, 플래쉬라이트, 글로스틱등 자동차 안전 제품들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판매는 건설회사서 도급을 따낼 때의 실력을 발휘하여 큰 소매 업체에 과감히 달라붙었다. 문전박대에도 조금도 굴하지 않았다. 예전에 익히 해 왔던 것 아닌가. 게릴라식 세일즈로 핍스애비뉴 백화점은 디스플레이 윈도를 내줬고, 홈 디포, 베드 베스&비욘드, 타겟 등 거대회사와 구매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투자자들로부터 1,400만달러의 자금도 유입됐다. 자신이 42%지분으로 최대 주주이고, 2년 전에는 2001년에 졌던 빚에서도 완전 해방됐다.
아직도 부정적인 곳도 있다. JC 페니에서는 100만달러 주문을 한 뒤 판매가 부진하자 바바라의 제품들을 빼버렸다. 하지만 “남자 화장실 옆에 비치했기 때문”이라고 바바라는 불만이다.
바바라가 앞으로도 목욕수건이나 베드쉬트를 취급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하나. 여성들이 어렵게 여겼던 집 수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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