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기는 가장 많은 머리 부상을 일으키는 활동이므로 올바른 헬멧 착용이 중요하다.
새로 나온 헬멧들. 위로부터 축구, 무술, 암벽타기, 장대높이뛰기, 야구, 자전거, 화이트워터, 스케이트보드, 스키, 서핑용이다.
스포츠·오락활동의 안전의식 증가따라
축구·무술·서핑 등 종목별 수십가지 달해
2002년 240만개 판매, 2년후엔 두배 늘어
대학 육상 선수 케빈 데어는 4년 전 미네소타에서 열린 빅 텐 컨퍼런스에서 육상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자신의 기록에도 못 미치는 15피트 7인치를 장대높이뛰기 하다가 잘못해서 강철 받침대에 거꾸로 떨어지는 바람에 즉사해버린 것이다. 이 일로 몇년 동안 장대높이뛰기의 안전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진 끝에 지난 5월 장대높이뛰기용 헬멧의 설계 명세서가 통과된 이후 서너 가지 모델이 제작되고 있다.
지난 이삼년 사이에 미국 검사 및 재료협회는 호신술,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승마, 로데오, 축구용 헬멧의 표준도 제정했다. 2000년 이후로 총 13가지에 달한다. 이미 자전거, 모터사이클, 인라인 스케이팅, 스키, 야구와 풋볼용 헬멧은 시장에 나와 있으니 조금 과장하자면 온 미국이 헬멧을 쓰게 됐다고 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스포츠나 오락활동들이 머리 부상 위험 가능성이 있다는 안전의식이 증가한 탓에 저마다 헬멧을 쓰게 된 것이다.
머리 부상 전문가들은 시장에 새로 나온 헬멧 중에는 그 필요성이나 효율성을 실증하는 데이터가 없는 것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대학 의대 소아과 교수로 청소년들의 헬멧 사용에 대한 연구를 한 프레데릭 리바라 박사는 “사람들에게 헬멧을 쓰라고 종용하기 전에 그 효과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데 어떤 종목의 헬멧은 데이터가 매우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의 센티넬라 프리먼 리저널 메디칼센터의 스포츠 뇌진탕 연구소 소장인 토니 스트릭랜드 박사도 같은 생각이다. 잘못 디자인된 헬멧이야말로 운동 선수의 청각과 시각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운동용 헬멧 착용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20년 전이다. 10대 소년들을 겨냥하여 주와 로컬 정부들이 자전거용 헬멧 착용을 의무화시킨 법을 제정하기 시작했다. 부모와 의사들이 주도한 전국적인 캠페인과 자전거로 인한 머리 부상의 85%는 헬멧을 썼으면 예방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뉴잉글랜드 의학지에 실린 연구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다.
주에 따라 착용률은 차이가 있지만 자전거용 헬멧 착용이 효과가 있다는 것은 연구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다른 헬멧들도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최근 몇 년간 나온 새 헬멧들은 부상건수 같은 것이 아니라 주로 부상 학생의 부모가 대표가 된 옹호단체들이 펼치는 감정에 호소하는 캠페인에 의해 개발된 것이 더 많다. 예를 들어 장대높이뛰기만 해도 새로운 헬멧 기준이 나오긴 했지만 과거 머리 부상 건수는 그리 많지 않다.
이 나라에서 헬멧 제조기준을 승인하는 4개 패널중 하나인 미국 검사 및 재료협회는 지난 이삼년 동안 수십개의 새로운 헬멧 표준을 심의해 왔다. 체육협회나 정부기관은 그 두께, 모양, 재료 및 디자인에 대한 표준이 정해지지 않으면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스포츠 종목의 헬멧 착용 의무화 캠페인은 검사 기관에 표준을 정해 달라는 설득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4개 패널은 헬멧 제조사들과 부상 학생 부모들로부터 심한 로비를 받는다.
이들 기관이 기꺼이 새 헬멧에 대한 심사를 하는 것은 사람들이 헬멧을 잘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2002년에 미국사람들이 사들인 헬멧은 전 종목에 걸쳐 240만개였다. 2004년에 그 숫자는 470만개로 늘었다.
미국검사 및 재료협회 헬멧 소위원회 부위원장 랜디 스와트에 따르면 운동선수나 학교, 부모들이 표준을 정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으면 헬멧 제조기준 심의는 시작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머리를 다치는 비율이 그 어느 종목보다 높은 것이 농구지만 아무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농구용 헬멧 제조기준 같은 것은 고려조차 해본 일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 나오는 헬멧들은 대개 그 종목에 관련된 사람으로 감정적으로 뿐만 아니라 금전적으로도 이해가 얽혀 있는 사람이 일으킨 움직임으로 인해 나오게 된다. 소아과 교수 리바라 박사의 말대로 새 헬멧은 연방질병통제 및 예방센터나 연방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의 추천에 근거하여 개발되어야만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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