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그가 거짓말쟁이라면 이 세상에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지난달 올해 프랑스 도로일주 사이클링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한 플로이드 랜디스의 소변샘플에서 남성호르몬이 과다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온 뒤 그를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악과 함께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깨끗하고 순수한 시골청년같은 랜디스의 이미지가 불법약물을 쓰는 선수들과는 전혀 맞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가 “나는 체질적으로 남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 편”이라며 약물복용사실을 부인했을 때 그의 설명을 믿고 싶어했다. 혹시라도 테스트 결과에 실수가 있었을 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았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보조샘플 테스트결과 역시 같은 결과가 나왔을 뿐 아니라 검출된 테스타스테론(남성호르몬)이 천연적인 것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합성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럴 수가’라는 배신감까지 느껴야했다. 이미 투르 드 프랑스는 그를 챔피언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랜디스의 소속팀은 그를 해고했을 뿐 아니라 아예 팀까지 해체시켰을 만큼 후폭풍은 거셌다. 그럼에도 불구, 그는 아직도 약물복용 사실을 부인하며 양성반응이 나온 이유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며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 더욱 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그를 사이클계로 이끌었던 그의 장인 데이빗 위트(57)가 16일 자살한 채 발견되는 가정적인 비극도 뒤따랐다. 그의 자살사유가 랜디스의 도핑혐의와 관련이 있는 지 단정하기 어렵지만 랜디스가 이미 선수로서 회복불능의 지점에 도달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랜디스의 약물복용 양성반응 보도가 나온 뒤 며칠 되지 않아 이번에는 9.77의 육상 1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저스틴 게이틀린이 역시 남성호르몬 과다검출이라는 똑같은 추문에 휩싸였다. 게이틀린이 누구인가.
2004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1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인간탄환’으로 현 세계 육상의 얼굴이다. 그의 약물복용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그 자신뿐 아니라 이미 탑스타들의 약물사용 의혹에 찌들어있는 육상은 회복불능의 KO펀치를 맞게 된다. 그 사실은 게이틀린 본인도 잘 알고 있다. 심지어는 지난 4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만약 약물스캔들에 관련된다면 아마 우리 스포츠(육상)은 회복 불능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이 인터뷰를 한 뒤 불과 며칠 뒤 벌어진 캔사스 릴레이에서 약물검사 양성반응을 나타냈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게이틀린 역시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이미 주위의 시선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상태다.
지금까지 약물 때문에 신세망친 선수들은 종목을 망라하고 수두룩하다. 결코 이들만이 특별한 케이스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의 사건이 특별한 조명을 받는 것은 이들이 상대적으로 매우 깨끗한 선수들로 인정받아 왔기 때문이다. 랜디스와 게이틀린은 약물의혹으로 얼룩진 사이클링과 육상을 구해줄 ‘미스터 클린’들로 평가받아왔기에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들마저 오염됐다면 과연 약물로부터 자유로운 선수가 하나라도 있겠느냐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인간의 욕심의 끝은 어디일까. 욕심이 잉태한 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 즉 사망을 낳는다는 성경말씀이 생각난다.
김동우 스포츠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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