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란<수필가>
돌아서는 여자에게 남자는 묻는다. 사랑이 변하는거냐고… 나도 한때는 너 처럼 그렇게 물었던 적이 있었다는 듯 피식 웃음 지며 여자는 아무 말 없이 떠나간다. 사랑은 원래 그런 거라고… 그런 사랑의 속성에 너도 상처 받지 말고 너무 오래 아파하지 말라는 듯이…
영화 ‘봄날은 간다’ 는 사랑에 상처 받아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는 이혼녀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마음을 열지 않는 여자로 인해 다시 상처 받는 남자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데, 이별의 이유를 모르는 채 자신을 떠나가는 여자에게 던진 남자의 물음은 이 영화를 관통한다.
남자가 궁금해 했던 사랑이 변하는 거냐는 말에 여자는 대답하지 않지만, 어떤 사랑이 찾아 와도 어차피 변할 사랑에 더 이상 상처 받고 싶지 않기에 사랑을 믿지도, 사랑에 기대하지도, 또 다시 사랑하지도 않고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채 살아가리라 짐작하게 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아마 그녀도 한 때는 누군가를 순수하게 사랑했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무슨 고래 심줄 처럼 질기디 질긴 인연이었는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몇년씩이나 떨어져 있었는데도 결혼하고, 아이가 하나 둘 생기면서 ‘가족’이라는 이름의 끈으로 굴비 엮여지듯 남편 아이들과 엮여져서 옴짝 달싹 못하고 산 세월 십 일 년, 나의 마음은 여전히 스물 한 살인데, 생물학적 나이는 아무도 유혹하지 않는다 해서 불혹이라는 나이에 가까운 서글픈 현실과 인생의 무상함에 요즘 가을이라 그런지 자꾸 한숨만 나온다.
주어진 나의 현실에 만족하며 행복해 하다가도, 잊을만 하면 할리우드의 가쉽란을 도배하는 연하의 꽃미남 애쉬톤 커쳐와 재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데미 무어 커플의 서로 마주 보며 웃는 사진들을 보면, 부, 명예, 미모에다 젊은 남자의 눈에 콩깍지 씌인 사랑까지… 대체 저 여자는 무슨 복이 그리 많나 싶은 생각에 종종 심사가 뒤틀려서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고 나는 애를 쓴다.
사랑이 변하는 거냐고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상습적인 바람이나 외도인 경우를 제외하고, 왜냐하면 이런 경우는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대답해주고 싶다. 사랑은 변하는 거라고… 사랑은 일상 속에서 매일 매일 꽃 가꾸듯이 물 주고 가꾸어 나가는 것이라고… 그러지 않으면 꽃 처럼 시들어 버리는 거라고…
사랑만 변할까? 꽃은 피었다가 지고, 달은 차면 이지러지고, 아이들의 순수함은 자라면서 세속에 물들어 가고… 이렇듯,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고 변하기 마련인 이 세상의 모든 것들에 너무 연연해 하지도, 상처 받지도, 또, 그로 인해 자신을 훼손하지 말라고도 말해 주고 싶다.
에덴 동산에 살았던 아담과 이브로 시작되는 인류의 역사는 이 세상에서의 낙원은 남자와 여자의 사랑으로 가정에서 이루어진다는 뜻일 거다.
일상에서 자신과 가장 가깝기에 더욱 소중한 사람에 대한 배려, 따뜻한 말 한 마디, 친절한 행동, 상대방에 대한 존중은 사랑의 자양분이지만, 이기적인 사고라든가 자기 중심적인 생활태도 등은 쌓이고 쌓여 다른 한 쪽의 불만이 되고, 한 쪽은 결혼 생활에서의 자유를 꿈 꾸게 된다. 결국, 가정도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해야 유지되는 공동생활의 한 형태이다
서로 소중히 여기고 조심하며 노력하지 않으면 마음은 차가워질 수 있고, 마음이 떠난 사람은 다시 잡을 수 없으며, 마음이 떠난 사람을 다시 사랑하기도 쉽지 않다. 불완전한 아담과 이브의 사랑은 그들 만큼이나 불완전하고 변하기 쉽기 때문이다.
사랑과 행복은 결국 자신의 선택이며, 어느날 갑자기 누군가 한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루 하루 일상의 작은 것들에서 함께 노력해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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