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수사국(FBI)이 얼마 전 워싱턴 DC에서 중대한 모임을 가졌다. 범죄 수사기관으로서의 임무에 국한하지 않고 대 테러 전에 동참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조정하자는 논의가 주제였다. 이를 위해선 정보전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중앙정보국(CIA)에서 일하던 필립스 머드가 FBI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정보업무를 지도하고 있다. 머드는 국가안보국(NSA)이 영장청구 없이 도청을 한다든가, 다른 일반 기업들이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든가 하는 일련의 정보취득 방법을 원용해 테러 위협과 관련한 정보수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3만1,000여직원 전통적 수사방법에 길들여져
현장 및 분석요원·컴퓨터·관리자 모두 서툴러
5년간 7명 바뀐 전담반 책임자들 테러에 문외한
외부 영입 전문가의 개혁에 ‘터줏대감들’ 반발 커
머드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지도를 펼쳤다. 이란 이민자들의 밀집주거지역을 표시했다. 그리고 이 곳을 중심으로 FBI 요원들이 테러 관련 정보 취득과 ‘문제아’ 색출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다른 FBI 관리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전직 CIA 요원이라서 은밀하게 공작을 펴는 것을 선호하는게 아니냐고 했다.
자칫하다간 이민자 커뮤니티로부터 ‘헌법위배’라는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1960년대 FBI가 국내 수사와 관련해 스캔들을 일으켜 큰 파문이 일었던 것을 잊었느냐고 지적했다. 머드의 아이디어가 너무 모호하다는 것이다.
FBI 요원들은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정식으로 수사를 하는 전통을 더 좋아한다. CIA처럼 소리 내지 않고 자로를 분석하고 행동하는 일은 탐탁히 여기지 않는다. 그것이 FBI의 문화다. 또 FBI는 정보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에서도 그다지 자신감이 많지 않다.
머드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FBI에 뿌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머드는 한 두 명의 테러 기획자를 잡아내는 것보다 테러 음모 전체를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머드는 “3만1,000명의 요원들이 일하고 있는 거대한 조직 FBI를 하루아침에 변화시키려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정보전으로 가야하는 것은 대세다. 역류하는 것은 국가 안보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FBI의 대 테러전담반의 최고책임자는 지난 5년간 7번이나 갈렸다. 그리고 번번이 테러에 대해서 별다른 전문 지식이 없는 인물이 자리에 앉았다. 이슬람 조직의 움직이나 테러 조직의 실태에 대해 문외한들이 대다수였다. 게다가 일반 요원들도 대 테러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
NSA의 고위관리가 FBI에 파견 갔다. FBI에 한 수 가르치기 위해서였다. 모린 바긴스키는 NSA의 첨단 기술을 FBI의 대 테러 전에 활용하도록 전수시키려 했다. 56개 야전 사무실을 오픈했다. 그러나 FBI 수뇌부가 바긴스키의 ‘야심작’에 동조하지 않았다. 결국 바긴스키는 FBI를 떠났다. 그리고 그가 만든 야전 사무실은 우왕좌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FBI가 대 테러 전 임무를 앞두고 혼란양상을 보이고 있다는게 의회 보고서에 잘 나와 있다.
머드의 계획에 내심 못마땅해 하던 FBI 요원들은 머드도 바긴스키처럼 견뎌내지 못하고 자리를 떠날 것으로 전망했다. UCLA의 에이미 제가트 교수는 대 테러 전에 관한 자신의 서적을 출간하기 위해 60여 명의 FBI 요원들과 인터뷰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암울하다”다. 제가트는 “정보전은 네 가지 기본 요소를 필요로 한다. 현장 요원, 분석요원, 관리자, 컴퓨터가 바로 그것들이다. 그런데 FBI는 이 네 가지에서 모두 초보 단계에 있다”고 했다.
설상가상, 신규 요원들이 대 테러 전 훈련을 받는 시간보다 휴가가 더 길다는 데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고 제가트 교수는 지적했다. 그리고 정보 분석가라는 요원들은 마치 무슨 귀족인양 거드름을 피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이내믹하게 전개되는 국제 테러 조직들의 활동에 민첩하게 대응하기에는 아직 준비태세가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아무튼 뉴욕 테러 사건 이후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FBI도 대 테러 전에 동참하고 있다. 합동 테러 전담반의 요원이 35명에서 101명으로 증가했다. 이들 요원은 주정부와 지방정부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정보 분석 요원도 2,161명으로 갑절이나 늘었다. 그리고 뉴욕 테러 사건 이후 더 이상의 테러가 본토에서 발생하지 않았음을 FBI는 강조했다. 자화자찬이다. 실상 FBI의 대 테러 전 수행 능력은 자랑할 만한 수준은 결코 아닌데 말이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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