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증파는 비극적 실책 맹공..전쟁예산삭감엔 신중
행정부 인사들, 부시 새전략 방어하느라 진땀
미군 2만여명 추가 파병을 골자로 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새로운 이라크 정책을 놓고 부시 행정부와 야당인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가 11일 정면충돌했다.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이날 새 의회 첫 청문회에서 베트남 전쟁을 상기시키면서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미군 증강안을 ‘비극적 실책’이라고 맹공하며 미군 증파 반대 결의안 등을 통과시켜 부시 대통령의 자진철회를 압박할 것임을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라크 정부의 협조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부시의 새 이라크 정책이 대(對)이란 군사행동으로 확산될 가능성과 북핵 및 이란 핵문제를 소홀히 할 가능성에 우려를 제기했으며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민주당 주장에 가세, 부시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했다.
이에 맞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등 부시 행정부 고위인사들은 이번 대책에선 이라크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음을 역설하며 부시 대통령의 새이라크 전략을 방어하느라 진땀을 뺐다.
◇미군증파는 가장 위험한 외교정책 대실수 = 상원 외교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라이스 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부시 대통령의 새 이라크 정책을 `바보들의 행진(크리스토퍼 도드)’, `비극적인 실책(조지프 바이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헛다리 짚은 것(존 케리)’ 등 거친 말을 동원해 비난했다.
여성인 민주당 바버라 박서 상원 의원은 독신인 라이스 장관을 향해 내가 알기로 당신은 가까운 가족이 (이라크에 미군이 증파되도라도) 특별한 희생을 치르는 일을 없을 것이라며 개인적인 문제를 거론하며 각을 세웠다.
더욱이 공화당 소속인 척 헤이글 의원도 베트남 전쟁 이후 가장 위험한 외교정책 실수라고 민주당 의원들을 거들고 나서 라이스 장관을 곤혹스럽게 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는 부시 대통령의 미군증강 반대 결의안을 표결처리할 것이라며 공세를 계속 했고 일부 의원들은 이라크 전쟁예산 요구에 꼼꼼히 조건을 달아 조건부로 승인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략 발표 전까지 목소리를 높였던 전쟁예산 차단방안에 대해선 민주당이 이라크 파견 미군을 버렸다는 비판의 부메랑을 의식한 듯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맞서 공화당의 미치 매코넬 상원의원은 민주당의 반대 결의안을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통해 저지할 것이라고 맞섰다.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저지하기 위해선 상원 의원 6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현재 의원수는 민주당 51, 공화당 49명으로 60명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미군증파를 주장해온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2만여명 증파가) 충분한 병력인지 우려스렵지만 우리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對)이란 군사행동 확대 우려 = 민주당 의원들은 새로운 이라크 전략의 핵심인 이라크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에 의심을 떨치지 못하며 미국의 대책을 촉구했다.
조지프 바이든 의원은 라이스 장관에게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이라크 안정화를 돕는 데 충분한 군대를 지원할 수 있다고 확신하느냐고 추궁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라크가 군대, 재정, 정치적 요구에 대한 의무를 성실히 수행함으로써 부시 대통령의 새로운 전략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미국이 지속적으로 감독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 국방장관은 시아파가 주도하는 이라크 정부가 같은 시아파의 반미세력인 무크타다 알 사드르를 뒤쫓을 수 있느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모든 법위반자들은 수감되고 군사작전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의원들은 부시 대통령이 전날 연설에서 이라크 내 적들에게 무기와 훈련을 제공하는 네트워크를 파괴할 것이며, 이란과 시리아로부터의 지원 유입을 차단할 것이라고 강조한 데 이어 미군이 이라크내 이란공관을 공격하자 미군의 군사행동이 이란으로 확대되는 게 아니냐며 우려했다.
답변에 나선 피터 페이스 합참의장은 군사활동이 이란 영토내로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라크 내부에서 해야할 일을 함으로써 우리 군대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초당적 태스크포스였던 이라크연구그룹(ISG)이 제안한 이란.시리아와의 직접 대화를 부시 대통령이 거부한 이유를 캐묻는 질문도 빠지지 않았다.
라이스 장관은 이란은 이라크 협조를 대가로 핵프로그램에 대한 양보를, 시리아는 레바논 관련 시리아 정책에 대한 미국의 반대를 완화할 것을 각각 요구할 것이라며 ISG 권고 거부배경을 설명했다.
미 행정부가 이라크에 발묶여 북한위협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러셀 페인골드 상원 의원(위스콘신)은 미국이 이라크 개입하기전 이란과 북한에 대한 미국 의 안보 상황이 더 낫지 않았느냐면서 (이라크에서의) 끔찍한 실수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한 주의를 분산시켰다고 본다고 추궁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의 핵실험이 이라크와 관계가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면서 미국이 북한을 유엔 7조 결의 아래 놓이게 했고 곧 재개될 6자 회담 등 북한에 대해 실제 이룩한 진전을 볼 때 (이라크외에) 다른 정책적 문제들로 부터 미국의 관심이 분산됐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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