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취재1부 차장)
미국판 한국역사 왜곡 교과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일본인의 자전적 소설 ‘요코 이야기(원제: So Far From the Bamboo Grove)’가 미국과 한국에서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2년 전인 2005년 나온 한글판 번역본을 놓고서 이제야 들끓고 있는 한국 네티즌의 반응은 한편으론 씁쓸하다. 게다가 무려 20년 전인 1986년 출판돼 지난 오랜 세월 동안 미국내 공·사립학교에서 수업교재로 사용돼 왔던 이 책이 최근에서야 갑자기 논란이 된 점은 심히 유감이다.
‘자녀 교육’을 명분으로 앞세워 기회의 땅에 이민가방을 이고지고 들어온 수많은 한인 이민 1세들이 언어소통의 한계와 바쁜 이민생활에 치여 정작 자녀들이 학교에서 무슨 책으로 어떤 내용을 학습하고 있는지 그간 전혀 몰랐다는 소리 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인 이민 1세들에게 모든 비난의 화살을 돌리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는 법. 앞으로의 대처와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
본보를 통해 보도됐듯이 ‘요코 이야기’처럼 한국역사 왜곡 교과서 사건은 지난 1986년 뉴욕에도 한 차례 몰아닥쳤었다. 한민족의 근본을 송두리째 부정한 ‘중국, 한국, 그리고 일본’이란 책은 당시 한 한인학부모의 용기로 전량 폐기처분되는 쾌거를 이뤘었다. 하지만 20년 뒤인
지난해 연말부터 ‘요코 이야기’로 또다시 한국역사 왜곡 교과서 논란이 일어났고 앞으로도 제2, 제3의 요코 이야기 사건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결코 할 수 없다.
이런 문제를 지적했을 때 일선학교 타민족 교사들의 한결 같은 반응은 한 가지로 정리된다. 바로 ‘학교에서 한국역사나 문화를 학생들에게 가르칠만한 적절한 교재가 없다’는 것. 그나마 최근 1.5·2세 한인들이 영문으로 펴낸 우수한 책들이 출판되고 있긴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의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소위 아시아권 문화와 역사에 대해 좀 안다는 미국 교사들의 대부분은 중국과 일본에서 유학했거나 연수를 받은 케이스. 그만큼 해당정부와 학계 차원에서 공을 들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결국 그간 한국정부나 학계는 세계인에게 한국을 바로 알리는데 상대적으로 너무 게을렀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작 문제가 곪아 터져도 응급실을 찾기 보다는 빨간 색 약이나 바르고 별 탈 없을 것이라고 안심하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요코 이야기’ 논란에 관한 한국 네티즌과 미주 한인들의 반응이 양은냄비처럼 쉽게 달아올랐다가 쉽게 식을까 두려움이 먼저 앞선다.
지능지수 0.4인 물고기는 기억력이 3초에 불과해 하루 종일 먹이를 주면 배가 터져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아무쪼록 이번 논란을 계기로 물고기처럼 기억력 3초, 3주, 3개월 또는 3년이 지난 뒤 과거의 치욕을 또다시 되풀이하는 우둔한 한민족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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