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크 게이트, 일단 ‘깃털’은 잡았고…
‘리크게이트’와 관련한 루이스 리비 전 부통령 비서실장의 재판은 법적으로 일단락됐으나 딕 체니 부통령에 대한 ‘정치적 판정’은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된 것에 불과하다. 리크게이트는 이라크전에 비판적인 전직 고위인사 조셉 윌슨의 부인이 중앙정보국(CIA)의 비밀요원이라는 사실을 백악관의 핵심 지도부가 언론에 고의적으로 누설한 사건을 일컫지만 이와 관련해 유일하게 기소된 리비에게는 국가 비밀공작원의 신원누설이 아니라 스캔들 조사과정에서의 수사 방해와 위증 혐의가 적용됐다.
리비 전 부통령비서실장 평결 과정속
‘스캔들 배후’ 심증 확실히 굳어져
재판은 끝났지만 정치적 판정 이제 시작
따라서 패트릭 피츠제럴드 특별검사가 스캔들의 실체에 접근하지 못했으며 사건 배후에 도사린 ‘몸통’을 잡아내는 대신 깃털 한 개를 뽑는데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
6일 리비에게 유죄평결을 내리기 전 배심원들이 10일간 장고를 거듭하며 뜸을 들인 이유도 “딕 체니 부통령과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차장 등 리크게이트의 주역들이 모두 법망을 빠져나간 상황에서 희생양에 불과한 리비에게 유죄를 평결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를 두고 서로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민주당 관측통은 피츠제럴드 특별검사가 재판과정에서 체니 부통령이 스캔들의 ‘배후’라는 심증을 강하게 심어놓았기 때문에 윌슨이 체니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과 민주당 주도의 의회 청문회 등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검찰측이 재판부에 증거로 제시한 문건 중에는 뉴욕타임스에 실린 윌슨 전 이라크 대사의 기고문 여백에 체니 부통령이 써놓은 메모도 포함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윌슨을 나이저에 보낸 장본인은 그의 부인?” “다른 사람들의 무능 탓에 스태프 1명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체니의 메모는 뉴욕타임스에 실린 윌슨의 기고문에 화가 치민 그가 자신의 비서실장인 리비에게 발레리 플레임의 신원을 언론에 흘리도록 지시했을 개연성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이다. 윌슨은 CIA의 요청으로 아프리카 나이저를 방문, 이라크의 농축우라늄 구입설 진위를 가리기 위한 실사작업을 벌인 후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CIA에 공식 보고했으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이와 반대되는 주장을 펼치자 뉴욕타임스에 대통령의 연설에 반박하는 기고문을 게재했었다.
검찰 기소장에 따르면 리비는 체니를 대신해 유력지의 기자들은 물론 알리 플라이셔 당시 백악관 대변인 등에게 총 9차례에 걸쳐 윌슨의 부인 발레리 플레임의 신분을 고의적으로 누설했으면서도 조사과정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다른 기자에게 들었다”며 버티기를 시도했다.
워싱턴 정계의 관측통들은 리비가 유죄 평결을 받음에 따라 체니 부통령의 국내외 입지가 크게 축소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전을 강행하기 위해 정보의 왜곡과 은폐를 주저하지 않았으며 정치보복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주장이 다시 탄력을 받으면서 리크게이트의 몸통으로 지목된 체니가 절벽 끝으로 몰렸다는 것. 공화당의 선거 전략가인 스캇 리드는 “체니 부통령은 몸이 1,000갈래로 찢어지는 형벌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국가에 대한 그의 마지막 봉사는 오명으로 얼룩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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