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스포츠 후유증인가?
존 맥키(65)는 젊은 시절 명예와 부를 위해 뛰었지만 그의 동갑내기 반려자인 실비아는 50고개를 넘기 무섭게 치매에 걸린 남편의 병수발로 나날이 힘겨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존은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볼티모어 콜츠에서 타이트 엔드로 맹활약하며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NFL소속 풋볼 스타. 그의 현역생활은 화려했지만 은퇴 후 남은 것은 말 그대로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기억상실에 식사 수발
아내들 생계대책 버거워
확인된 환자만 20여명
NFL측 “치료비 보조”
경기 중 전속력으로 달리다 골포스트를 들이받고 실신하는 등 거듭된 머리 부상에 시달렸던 그는 거의 하루 종일 성인 데이케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증발해 버린 기억에도 불구하고 제5회 수퍼보울 대회 우승반지 등 2개의 풋볼 반지를 애지중지하는 존은 NFL 연금으로 월 2,450달러를 받고 있으나 이는 데이케어 비용을 대기에도 부족한 액수다.
1966~1973년 시즌에 걸쳐 피트버그 스틸러스와 샌디에고 차저스에서 오펜시브 라인으로 뛰었던 랄프 웬젤(64)은 존보다 증세가 훨씬 심해 혼자선 식사도 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에게 지급되는 NFL 연금은 고작 월 925달러. 파이저 제약사의 중견간부인 그의 두 번째 부인 엘리노어 퍼페토(48) 박사가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보호시설 입주비만 연 6만5,000달러에 달하는 남편의 간병비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현역 시절 존이 잠깐 샌디에고 차저스에서 웬젤과 한솥밥을 먹었던 관계로 퍼페토와 안면을 트게 된 실비아는 퍼페토로부터 은퇴한 NFL 선수들 가운데 확인된 치매환자만도 20여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후 지난해 5월 NFL 커미셔너에게 도움을 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연 60억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NFL이 존처럼 기억과 집과 생계대책을 몽땅 잃어버린 은퇴선수들의 치료비를 보조해 주어야 한다”는 그녀의 주장에 NFL측은 ‘88플랜’으로 즉각 화답했다. 존의 현역시절 등번호에서 이름을 빌린 ‘88플랜’은 보호시설에 기거하는 환자의 경우 연 최고 8만8,000달러, 자가 치료를 받는 환자에겐 연 최고 5만달러를 NFL 선수협회와 리그측이 공동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NFL측은 88플랜 발표에 맞춰 “치매와 선수시절 머리 부상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종래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지난 가을 44세의 나이로 자살한 필라델피아 이글스 소속 안드레 워터스의 부검 결과 숱한 부상을 입은 그의 뇌 조직은 치매에 걸린 80대 노인의 조직과 흡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과 심한 기억상실에 시달려온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라인배커 테드 존슨(34)이 지난달 초기단계 치매 판정을 받은 것도 뇌진탕 등 풋볼선수들이 자주 입는 머리부상이 치매와 무관치 않음을 보여주는 케이스다.
실비아는 “6피트가 넘는 키와 200파운드를 웃도는 우람한 몸집을 지닌 이들은 통제가 힘들어 보호시설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한다”며 “생계와 병간호로 제정신을 차릴 수 없는 배우자들을 위해서라도 NFL측은 은퇴선수들에 대한 의료보험의 문턱을 크게 낮추는 등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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