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철(목사/수필가)
개구쟁이들이 들끓는 어느 시골 중학교에 토파즈라는 가난한 교사가 있었다. 사람됨이 너무 좋아서 아이들 뿐 아니라 교장까지도 그를 넘보고 있었다.그러던 어느 날, 교장의 유력한 후원자인 어느 백작부인이 학교에 달려와서 토파즈 선생이 자기 아들의 성적 채점을 엉망으로 했다고 항의한다.
교장은 토파즈 선생을 불러 학생의 점수를 올려주라고 이른다. 그러나 고지식하고 정의감에 불타는 토파즈 선생은 딱 잘라 거절한다. 그러자 백작부인은 자기 아들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킨다. 이로써 화가 난 교장은 토파즈 선생의 목을 자른다.고지식하다는 토파즈 선생을 그 어느 학교에서도 선뜻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토파즈 선생은 가정교사라도 되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일자리를 얻게 된 게 오직(汚職)으로 사복을 채워온 어느 국회의원 정부(情婦) 집이었다. 정부는 세상 물정에 어두운 토파즈 선생을 꾀어서 엉터리 회사의 사장 자리에 앉힌다.
얼마 후 토파즈는 자기가 독직(직무남용)과 사기에 관련되어 있음을 알고 신경쇠약에 걸린다. 그리고 정부에게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다”고 설교를 한다.그러나 일이 손에 익어감에 따라서 토파즈 선생의 인생관도 어느새 바뀌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토파즈도 “돈이 행복을 낳는다”고 믿게 된 것이다.
돈만 있으면 입신출세나 명예는 물론 정의, 법, 권력까지도 매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지난날 교단에서 자기의 젊음을 썩혔던 과거가 한없이 어리석게만 여겨졌던 것이다.언제나 아이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던 단벌 누더기 옷을 입고 수염 깎을 사이도 없이 헐레벌떡 학교에 출퇴근하면서 고지식하게 아이들에게 진리가 어떻고, 정의가 어떻고 했던 게 다시없는 희극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마르셀 파놀(Marcel Pagnol, 1895~1974)이 1928년에 내놓은 희곡 <토파즈>의 줄거리다. 이 연극이 파리에서 상연되자 3년 동안이나 롱 런(Long Run)하는 히트를 쳤다고 한다.이 연극이 성공한 것은 그처럼 누구나가 다 ‘토파즈’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인 것이다. 일종의 낯뜨거운 공감을 모든 사람들이 느꼈던 것이다. 물론 파놀은 학교 선생을 비웃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단지 당시의 사회를 희화화(戱畵化)하려 했던 것이다.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일년 중 단 하루만이라도 스승을 아끼고 존경하며 스승의 은혜를 고맙게 여기며 기리는 것은 이 살벌한 세상에서 그래도 한 부분 마음의 따뜻한 구석이 있음을 나타내 보이는 아름다운 일이라 생각된다. 또 한편으로는 토파즈 선생을 비웃고, 토파즈 선생을 토파즈 사장으로 만들어낸 그런 풍조에 우리 모두가 얼마나 젖어있는지를 각자 스스로가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진다. 그것이 스승의 날에 가장 어울리는 일일 것이다.
다들 하나같이 자기 자식들은 끔찍히 소중하게 여기면서 어찌 그 자식들을 가르쳐 올바른 사람 되게 해주는 스승에 대하여는 그다지도 마음가짐이 인색하단 말인가? 예부터 우리의 미풍양속은 가르침을 준 분에 대하여 아버지와 같은 심정으로 존경해야 한다고 해서 스승을 일컬어
‘사부’(師父)라는 호칭을 붙였던 것이다. 낳아주신 분만이 아버지가 아니라 길러주신(가르쳐주신)분도 어버이와 같다는 뜻이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그냥 뜻 없이 흘려보내는 형식적인 날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마디 제언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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