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신설 한인 은행이 신임행장 선임을 놓고 내부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행장이 은행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사들은 전문적인 헤드헌터를 고용하고 선출위원회를 구성해 3~4명의 행장 후보를 놓고 고민 중이다.
올 들어 성장세가 주춤해졌지만 수년간 지속된 초저금리로 인한 대출의 급성장, 한국에서 유입되는 자본 등은 한인 은행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고 은행 성장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은행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은행원을 움직이는 총사령관은 그 은행을 대표하는 행장이다.
은행원이면 누구나 선망하는 행장이 된다 하더라도 그 자리가 밖에서 보는 만큼 그렇게 화려한 자리는 아니다. 항상 주가와 실적에 대한 부담이 따라 다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은행 실적을 올리고 장차 은행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행장이라는 자리의 중요성 때문에 은행 이사들은 행장을 선출할 시기가 되면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은행마다 차기 행장을 선출하면서 겪는 진통은 등장인물만 바뀔 뿐 대동소이하다. 이사회는 실적 많이 올리고 주가를 올려주는 행장을 찾기 위해 한국에서, 로컬에서 동분서주하지만 이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은행장을 찾는다는 것은 수십만여달러나 되는 컨설팅 비용을 지불하고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사들이 행장 선출시 심사기준은 ▲직원과 이사회의 중간에서 원만하게 은행을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 ▲은행합병이나 구조조정을 해본 경험 ▲급변하는 은행법규에 익숙하고 감독국과 원만한 관계 유지 ▲유창한 영어실력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영업 실적 ▲장기적인 은행 성장의 토대마련 등이다.
그러나 이렇게 엄격한 심사기준을 통과한 행장들이 제 임기를 채우고 명예 퇴진하기는 행장에 선출되기보다 더 힘든 것이 한인 은행의 현실이다.
최근 3~4년동안만 해도 은행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한미은행의 육증훈, 나라은행의 양호 행장 등이 이사진과의 갈등으로 도중하차했으며 새한의 김주학 행장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조기 퇴진해야 했다. 중앙은행의 유재환 행장과 아이비은행의 홍승훈 행장도 한미와 나라은행장 재직시 조기퇴진의 아픔을 겪었다. 선출당시 누구보다도 좋아했을 당사자는 물론이고 어렵사리 선출한 행장을 불명예 퇴진시켜야 했던 이사회도 뒷맛이 씁쓸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한인 은행들은 계속 차기행장 선출 혹은 연임을 놓고 고민할 것이다.
그러나 행장직을 수행할 수 있는 후보들은 극히 제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신임 행장 선출과정에서 빚어지는 잡음과 시간낭비, 조직의 와해 위기 등을 벗어나기 위해서 이제는 은행 이사회나 현 경영진이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행장직을 수행할 수 있는 차세대 행장감을 내부에서 키우든가 아니면 주류사회와 한인사회에 골고루 익숙한 행장후보를 무리 없이 영입하든가 그것은 각 은행의 사정에 맞게 알아서 할 일이다.
이제는 한국 출신 행장이 낫다, 로컬 출신 행장이 낫다, 주류 출신 행장이 낫다고 서로 목소리를 높일 것이 아니라 은행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행장을 선출할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을 마련해야 한다.
한인은행의 연륜도 이제는 20대 중반을 향해 치달아간다.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통해 은행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물러나는 행장들도 명예퇴진을 할 수 있는 모양새를 갖추어줄 때가 되지 않았을까?
박흥률 / 부국장 대우·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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