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요즘 한국에서 부쩍 회자되는 신조어 중 눈에 띄는 말은 ‘샐러던트’다. 샐러리맨과 스튜던트(salaried man+student)의 합성어로 ‘공부하는 직장인’을 지칭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약 70%가 샐러던트의 길을 걷고 있으며 자기계발을 위해 월 11만~20만원을 투자한다. 바늘구멍 같다는 치열한 취업난을 뚫고 취직한 기쁨을 뒤로 한 채 일과 공부를 병행한다는 것이다.
자영업 위주인 이곳 한인사회의 경우 한국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나름대로 직장인들의 ‘열공’(열심히 공부) 바람이 잔잔히 불고 있다. 타운내 한 직장에 다니는 30대 윤모씨. 퇴근 후 동시통역 학원으로 직행한다는 그는 지난 1년간 저녁 시간에 약속을 잡은 적이 없다.
미국에 온 후 결심한 법정 통역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버거운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다 보면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전진하는 자신의 모습이 대견하고 미래를 위해 든든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저절로 힘이 샘솟는다.
50대 풀타임 여성 직장인 김모씨도 주변에서 알아주는 고참 샐러던트다. 억척스런 8년간의 어덜트스쿨 과정을 마치고 미 고교 졸업장을 손에 쥐었으며 얼마 전에는 LA커뮤니티칼리지 아동교육학 수료 학위도 받았다.
“수업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상사 눈치를 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는 김씨는 “특히 막판에 건강이 좋지 않아 학교 계단을 오를 때면 가방을 팽가치고 싶을 때도 한두 번은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잠시의 휴식기를 갖고 있는 그는 4년제 대학 트랜스퍼라는 더 큰 꿈을 준비 중이다.
각종 기술이나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한인들이 늘어나며 부동산학교나 스시학교, 치기공대학, 한의대 등에는 샐러던트들이 꾸준히 몰린다. 한 부동산학교 관계자는 “주택시장이 초호황기를 구가할 때는 수강생 중 절반 이상이 직장인 이었다”며 “특히 요즘에는 40대 이상의 연령층이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샐러던트가 되고자 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관심분야에 대한 공부차원은 물론 직장에서 더 나은 분야로 이동하거나 승진을 준비하고 혹은 적성에 맞는 직업으로 이직하기 위해서 등 다양하다. 여기다 ‘단축된 직장 수명’도 샐러던트 바람을 부추긴다. 평생직장 개념이 희미해지면서 ‘인생 이모작형’ 샐러던트도 늘고 있는 것이다. 자격증 획득이나 차별화된 능력을 쌓아놓는 게 절실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직장인 사회에만 샐러던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공인회계사로 일하다 지난 2004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김윤한씨는 ‘공부하는 전문인’인 ‘프로던트’(professional +student)쯤 되는 셈이다. “40대 중반에 법대생이 된 것도 힘들었지만 공부를 시작한 후 5년간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하는 게 더 괴로웠다”고 회고하는 김씨는 “요즘엔 내가 해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 여기다 변호사라는 전문성이 더해져 더 스트롱하게 비즈니스를 운영한다”고 전했다.
샐러던트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
전문가들은 샐러던트의 성패는 실행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탁상공론이 아닌 머릿속으로 계획해왔던 일들을 하나하나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또 시간과 돈은 셀러던트에게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 할 수 있다.
그럴 때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며 지금의 인고의 시간을 즐기라는 게 공통된 조언이다. 몸도 마음도 지치기 쉬운 여름의 한가운데, ‘열공’하는 샐러던트가 되어보자.

이해광 / 경제부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