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취재1부 차장)
6일 한국에서는 청소년, 특히 여학생들의 흡연과 음주율이 성인 여성을 추월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전국 중·고교생 8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여학생 10명 중 1명이 담배를 피운다는 것. 특히 고3 여학생의 흡연율은 성인 여성의 두 배를 넘었고, 술을 마시는 여
고생 비율도 40%에 육박해 성인 여성보다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의 술·담배 문제는 뉴욕 한인사회에서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지난주 본보가 올해 선발한 백상 장학생을 초청해 연 ‘한인 청소년 탈선의 현주소 진단 좌담회’에서도 드러났듯이 어른들은 모르는 그들만의 문화 속에서 이미 초·중·고교생들의 술·담배는 일상이 되어 있었다.
특히 음주 문제에 있어서 학생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믿어야할지 말아야 할지 모를 정도로 충격에 가까웠다.
주변 한인 친구들의 대다수가 미성년 자녀들에게 술을 권한 최초의 인물이 바로 ‘아버지’라는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마실 술인데 일찌감치 아빠나 집안 어른에게서 제대로 배우라는 나름의 배려(?)라는 설명이었다. 대상은 아들이건 딸이건 구분도 없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집 앞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두런두런 속 얘
기를 털어놓는 장면은 때론 정감 넘치는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함께 소주잔을 마주할 아들이 없는 아버지들은 아들 둔 아버지들이 가장 부러울 때가 바로 이럴 때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성인이 돼서 세상살이에 어느 정도 익숙한 자식일 때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아무리 ‘주도는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성년도 되지 않은 아들은 물론, 딸들에게도 서슴없이 술을 권하는 뉴욕 일원 한인 아버지들의 모습이 옳은 일이라고 박수 쳐줄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좌담회를 통해 엿보았듯이 ‘어른들은 성적에만 관심이 있으니 공부만 잘하면 어느 정도의 술·담배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청소년 탈선에 관한 한인 1.5·2세들의 기준도 결국은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준 기성세대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인 청소년들이 공부만 잘하면 ‘만사 오케이’고 거기다 용모까지 단정하면 모범생으로 무조건 믿어버리는 어른들의 단순한 사고를 깔깔대고 마냥 비웃기라도 하는듯하다. 자녀에게 멋지게 술을 권하며 주도를 가르치는 아버지들의 모습은 ‘쿨(Cool)’하다고 여겨지
는 반면, 도덕책에 나올만한 ‘바른 생활 부모’는 오히려 고리타분하게 비쳐지는 요즘의 세태가 왠지 자꾸 서글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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