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가 미 경제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태풍의 핵으로 재부상했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지난 2월 처음 불거진 후 한동안 잠잠하다가 최근 한달새 미국과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뇌관으로 다시 떠올랐다.
사실 서브프라임 사태는 미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돼 왔었다. 한국의 신용카드 대란이 그랬듯이 신용도를 따지지 않고 마구잡이로 풀려나간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결국 ‘사고’를 쳤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최근 몇 년간 시장규모가 급격히 성장, 지난해 미 모기지 대출시장의 20%를 차지했다. 연 대출규모도 3년 사이 두배 가까이 증가, 지난해 6,400억달러가 넘었으며 현재 총 대출 규모는 1조4,000억달러에 달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프라임 모기지에 비해 수익률이 좋아 경기가 상승국면일 때는 은행과 모기지 업체에 효자 상품이었다. 대출받는 입장에서도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집값 상승분이 대출 이자를 상회, 렌더와 주택구입자 모두 밑지는 장사가 아니었다. 그러나 경기가 좋지 않을때 카드 연체가 급증하는 것처럼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모기지 연체가 증폭, 서브프라임은 이제 미국과 세계 경제의 골칫덩어리로 전략했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부동산 시장에서 시작했지만 현재는 건설, 가전, 자동차와 주식, 헤지펀드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서브프라임보다 한단계 신용도가 높은 ‘알트 에이’(Alt-A)와 우량 모기지 상품인 점보론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전 세계적으로 리스크 회피 현상이 짙어지면서 자금줄이 막히는 신용경색 현상이 심각하다.
이참에서 모기지 업체들의 모럴 헤저드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서브프라임이 신용도가 낮은 주택바이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만큼 렌더들이 리스크를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도 대출기준을 터무니없이 완화, 재정능력이 안되는 사람들에게 대출 첫 1,2년간의 비현실적으로 낮은 페이먼트 ‘미끼’를 앞세워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주었다.
사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액수 자체로는 미 경제규모와 비교하면 크지 않다. 그러나 서브프라임은 미국 아메리칸 드림 실현의 상징인 내집 마련과 직결돼 있어 심리적 타격은 부 실액수와는 전혀 다른 차원으 로 미국인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다수 미국인의 재산목록 1호가 집인 점을 감안할 때 주택 경기 하락은 소비자 심리를 얼어붙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갖고만 있으면 무한정 오를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주택을 구입한 바이어들에게 모기지가 줄기는커녕 집값보다 많아지는 현상은 충격 그 자체다.
경제는 심리다. 심리적 불안감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경제의 근간인 소비의 천적이고 소비 위축은 미 거시경제 전체를 끌어내릴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다.
내집 마련에 대한 집착도에서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한인들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집은 사는 것 못지않게 유지할 수 있는 재정적 능력이 뒷받침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더 이상 집을 사기만하면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진리’도 깨졌다.
많은 한인들이 집을 살 때 모기지 페이먼트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재산세, 보험료, 유지비까지 고려해야 한다. 단독주택의 경우 전기세만 해도 렌트 아파트보다 두배를 계산해야 한다.
집을 구입한 후 재산세를 감당할 수 없어 싼 집으로 이사를 갔다든지, 재산세를 카드로 긁었다든지 등의 황당한 이야기도 많이 들린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최근 서브프라임 사태와 관련, “더 많은 사람들이 내 집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오랫동안 빚에 시달리다 집마저 가압류 당하는 결말은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집 마련은 ‘아메리칸 드림’의 종착점이 돼야지 ‘아메리칸 악몽’의 시발점이 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조환동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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