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일간의 아프간 악몽이 30일 마침내 끝났다.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됐던 한국인 인질 중 21명은 다행히도 풀려났지만, 천하보다 귀한 생명 둘이 결국 희생된 채.
모국과 해외의 한국인 모두를 애간장 녹이게 한 이번 사태는 선교 방법론 재고 필요성을 비롯해 한국 교회에 많은 숙제를 남겼다.
사건이 발생하자 교회는 ‘동네북’이 되고 말았다. ‘세상의 끝’ 같은 위험지역에 사랑을 베풀기 위해 떠났던 피랍자들과 교회를 향해 네티즌들은 무수한 악플을 쏟아냈다. 그것은 분노와 증오의 날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칼이었다. 봇물 터진 여론의 뭇매에 적지 않은 국민들도 동조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도대체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을까.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근본적으로 ‘세상의 소금’이 되어야 할 교회가 짠 맛을 잃었기 때문이 아닐까. 주변의 부패를 방지하기는커녕 많은 경우 스스로 썩어갔기 때문이 아닐까. 하나 되기보다는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물질적인 복을 구하기에 급급해 공의와 사랑, 사회적 책임에는 무관심했기 때문이 아닐까.
크리스천들이 ‘바리새인’의 얼굴을 보여주어서가 아닐까. 헌금과 봉사에는 열심이지만, 십자가의 하향성과는 정반대인 성공지상주의를 추구하면서 거짓과 부정에 물들어서가 아닐까. 믿음 따로 생활 따로 식의 ‘따로국밥 신앙’을 가진, 무늬만 예수의 제자인 리더들과 평신도들이 많아서가 아닐까.
이런 모습에 기독교인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크게 실망했다. 이같은 위기는 오래 전에 예고됐다.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산상보훈에 나오는 그리스도의 경고다. “나의 이 말을 듣고 행치 아니하는 자는 그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 같으리니 비가 내리고 창수가 나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부딪히매 무너져 그 무너짐이 심하니라.” 산상수훈은 이렇게 끝난다.
물론 세계에서 봉사중인 NGO의 대다수가 기독교 배경을 가진 단체들이고, 한인 교회들도 사랑의 실천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휘말린 분당 샘물교회도 모범적인 교회였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원한다면, 교회 공동체와 교인 개개인이 돌이켜 잘못을 고치고 ‘새로 나야’ 한다. 진정 하나님의 이름에 영광을 돌리기 원한다면,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라는 예수의 공생애 첫 메시지를 깊이 생각하며 가슴을 찢어야 한다.
우루과이 작은 성당의 벽에 적혀 있다는, 몇 년 전 인터넷에 널리 퍼졌던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라는 글이 기억난다.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를 올릴 때// “하늘에 계신” 하지 말아라/ 세상일에만 빠져 있으면서/ “우리” 하지 말아라/ 너 혼자만 생각하며 살아가면서/ “아버지” 하지 말아라/ 아들딸로서 살지도 않으면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옵시며” 하지 말아라/ 자기 이름을 빛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아버지의 나라가 임하옵시며” 하지 말아라/ 물질만능의 나라를 추구하면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하지 말아라/ 내 뜻대로 되기를 바라면서//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하지 말아라/ 가난한 이들을 본체만체 하면서/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하지 말아라/ 누구에겐가 아직도 앙심을 품고 있으면서//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하지 말아라/ 죄 지을 기회를 찾아다니면서/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하지 말아라/ 악을 보고도 아무런 양심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아멘” 하지 말아라. 주님의 기도를 진정 나의 기도로 바치지도 않으면서.’
김장섭 특집1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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