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 AFP=연합뉴스) 한국인 인질 사태가 탈레반 무장세력에 일정 수준의 정치적 합법성을 안겨 줌으로써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대(對) 탈레반 전쟁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질들이 피랍 42일 만에 풀려나긴 했지만 이는 한국 정부가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에 나서도록 하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 정부는 지금 테러리스트와 협상을 벌였다는 비난 여론에 직면해 있지만, 아프간 정부는 인질 구출을 위해 협상을 허용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프간 정부가 인질 사태 와중에 탈레반에 결정적인 이점을 줬다고 분석한다.
아프간 의원인 슈크리아 바라크자이는 이번 게임은 시종일관 탈레반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과정에서 탈레반에 적법성과 대중성, 독자성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탈레반이 한국 정부와 협상을 하기 위해 아프간 수도 카불 남쪽 140㎞에 있는 가즈니로 가는 길을 열어준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탈레반은 지난 2001년 권력에서 축출된 이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아프간의 소설가이자 분석가인 와히드 무즈다는 이 모든 것들이 아프간 정부에 타격을 가한 것이라며 인질 사태 이후 외부 세계의 누군가가 아프간 정부와 협상을 원할 경우 탈레반이 실질적이고 실재하는 파워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탈레반이 인질 사태를 깔끔하게 처리하면서 아프간에 군대를 파병해 놓고 있는 유럽 국가들 내에서 반대 여론이 점증할 위험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으면서도 올 들어 아프간 내 마약 생산이 사상 최고조에 달하는 등 `마약 저지’에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데 따른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 측 요구인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 맞교환 방식을 초지일관 거부해 왔다. 또 한국측만 용인하면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 작전을 전개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고 대통령 대변인인 호마윤 하미드자다는 전했다.
파키스탄의 일간 `더 뉴스’는 그러나 한국 정부와 탈레반의 직접 협상 자체가 아프간 정부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아프간 일부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탈레반의 실체를 반영하고 아프간 정부가 그 지역에 대해 영향력이 없거나 있더라도 제한적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탈레반 강경파가 결국에는 200만 달러에서 2천만 달러 사이에서 책정된 한국 정부의 몸값 지불에 흔들렸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와 탈레반은 몸값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탈레반이 아프간 주둔 한국군의 연내 철수와 선교를 위한 아프간 방문 금지 등에 만족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프간 정부의 고위 인사는 익명을 전제로 탈레반이 정부를 상대로 대면 협상을 벌일 능력이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란긴 다르파르 스판타 외무장관도 이제 국제사회와 아프간 정부가 협박을 당하는 위치에 놓여졌다는 인상이 조성됐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방의 한 외교관은 이번 인질사태가 종료됐지만, 탈레반이 스스로 효과적 전술이라고 표현했드시 납치 위험성이 줄어들 것 같지 않다면서 탈레반은 이번 사태로 상당한 그 무엇을 얻었다는 느낌을 향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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