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휘(언론인)
공해가 미치지 않은 천연의 오지, 아프리카 정글에서 사는 하루살이와 모기가 어느 날 목청을 돋구어가며 싸우고 있었다.하루살이가 모기에게 흡혈귀라고 욕을 하자 화가 치민 모기는 밟아 죽이겠다고 으름짱을 놓았다. “오래 살다보니 별꼴을 다 보겠다. 이 세상에 모기 발에 밟혀 죽을 놈이 어디 있겠느냐”고 하루살이가 코웃음을 치고 있을 무렵, 작열하던 태양은 아프리카의 대평원을 넘고 있었다.
“오늘은 날이 저물었으니 내일 만나 다시 겨루자”는 모기의 제의에 하루살이가 물었다. “내일이 뭔데?”이 하찮은 미물의 우화를 접하면서 사람 사는 모습이 얼마나 다른가를 생각해 본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잣대로만 재려 하고, 자기 그릇 만큼만 받아들이려 한다. 세상만사는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각자 자기가 처한 입장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 이해가 상반되고 감정과 정서를 달리하는 사람 사이네는 그 골이 더욱 깊기 마련이다.
정치에서 지방색을 이용하는 표몰이 전술, 안정을 바라는 보수 세력과 선진개혁 세력의 다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갈등, 사용자와 고용인의 줄다리기 싸움이 그렇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기적 동물이다. 생존 본능과 맞물려 자기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타산하며 자기 본위로 문제를 풀어나가려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비 오는 날이면 우산장수는 웃고, 빙과장수는 울게 마련이다. 그래서 예부터 “무당은 병이 생기라고 빌고, 관(棺) 짜는 목수는 사람 죽기만 기다린다’는 험한 속담까지 있지 않은가.
과부 사정은 과부가 알고 자식을 키워봐야 어버이 속을 이해한다고, 같은 처지를 동감하는 사람들 -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당사자끼리, 고향과 학교와 직장에서 만났던 연줄끼리, 취미와 성격이 닮은 동류끼리 유유상종하며 삶을 꾸려가는 것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다. 거부할 수 없는 인간관계요, 저버릴 수 없는 인연이다.
문제는 그토록 정다운 연(緣)과 인간의 사슬이 지나치게 외곬수로 치우치는 데 있다. 내 것, 우리 몫만 챙기고 동류의 울타리만 지키려는 편협과 아집의 해악이 온 천지에 난무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남의 물에 넣으려면 제가 먼저 물에 빠져야 하고, 다른 사람의 촛불을 꺼버린다고 해서 자신의 촛불이 더 밝아지는 것도 아닌데…
오늘 내가 먹는 쌀 한 톨, 빵 한 조각이 많은 다른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졌음을 생각한다면 어찌 나 자신만을 섬기려 하겠는가. 우리는 자신은 바꾸려 들지 않으면서 상대편이 바뀌길 바란다. 내 것은 내놓지 않으면서 세상 것을 모두 차지하려 한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내가 어찌 너를 알겠느냐’는 말은 세상살이의 상대성 원리를 지적하고 있다.
분단 반세기가 넘어 겨우 물꼬를 튼 남북관계가 그렇고, 모든 이해집단 간의 남남(南南) 관계가 그렇다. 세계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이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중대사가 아닐 수 없다. 동방의 횃불 한반도에 21세기, 세계의 진운이 쏠리고 있는 이 때 이해와 양보와 협력의 상생원리가 하루바삐 정착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내일을 모르는 하루살이 신세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나 홀로’에서 ‘함께 살기’로 가는 길은 미래를 여는 희망의 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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