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대형 모기지 회사 뉴센추리 파이낸셜이 파산을 신청했을 당시만 해도 남의 일처럼 여겨졌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가 이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할 정도의 미 최대 경제 현안으로 떠올랐다.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조차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가 일부 저소득층에 국한된 것으로 해석했고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침체는 물론 증시 급락까지 몰고 올 경제 핵폭풍으로 떠오를지는 미처 예상을 못했다. 잠시 잠복하는가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결국 8월부터 컨트리와이드처럼 건실한 대형 모기지 회사조차도 흔들릴 정도로 악화됐다.
한인 융자업계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여파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동산 업계도 마찬가지. 거래가 뚝 떨어졌고 부동산학교에 등록하는 학생 수도 확연하게 줄었다고 한다. 부동산 경기의 위축은 자연히 소매 경기의 위축으로 연결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한인은행의 부실대출이 늘어나는 등 한인사회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 건너 불’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란 말이 있다.
서브프라임 부실 확산 여파로 주식과 채권 가격이 급락하자 값이 싸진 알짜 자산을 잡으려는 투자자가 잇따르고 있다. 미리 샀던 일부 투자자는 이미 수익을 내기도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8월28일 “경영난을 겪고 있는 컨트리 파이낸셜에 투자한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가 이미 장부상으로 2억2,000만달러의 이익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BOA는 앞서 22일 컨트리 파이낸셜에 20억달러를 투자했다. 신문은 “BOA는 위기 속에서 대형 투자를 결정했다”며 “투자액을 주식으로 바꾸면 17%의 지분을 보유하게 돼 BOA가 컨트리 파이낸셜의 최대 주주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버크셔 헤서웨이의 워런 버핏도 금융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경영난을 겪고 있는 모기지 업체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0년대 초반 한인타운도 폭동과 노스리지 지진 등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90년대 중반까지 침체를 면치 못했다. 당시에 불경기 여파를 피해 LA에서 타주로 이주하는 한인들도 많았고 타운의 아파트 공실률이 50%에 육박한 시절도 있었다. 지금 부동산 부호가 된 한인들은 부동산이 저평가된 90년대 초중반에 투자를 해 2000년대 부동산 활황에 힘입어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수입에 비해 지나치게 올랐던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퍼스트 홈 바이어나 투자가들에게는 부동산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동안 주택가격 폭등으로 매입을 주저했던 퍼스트 홈 바이어들은 적정가격에 주택을 장만할 수 있고 또한 투자가들도 매물을 골라서 매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융자업계도 그동안 수입을 올려서 대출을 받는 등 서류를 허위로 만들던 관행이 근절되고 실수요자 위주의 부동산 매매거래가 정착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바이어들도 부동산 투기보다는 건실한 투자를 통해서만이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깨닫는 계기가 됐고 실력 없는 부동산 에이전트들이 퇴출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투자 성공의 비밀은 의외로 간단하다. 낮은 가격에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삼척동자도 아는 평범한 이야기지만 이것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고 위기가 또 다른 위기를 부르는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다.
박흥률 / 부국장대우·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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