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퇴장’ 당하는 샐러리맨들이 많아졌다.
미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데다 특히 최근 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관련 업계의 줄 감원이 이어지고 있다. 최대 모기지 렌더인 ‘컨트리와이드’의 경우 전체 직원의 20%인 1만2,000명을 내보내겠다고 발표,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했다. 향후 몇 개월내 모기지 업계에서만 10만명 이상이 실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릿까지 불똥이 튀면서 해고 통지서가 넘쳐난다. 한인 융자업계도 감원 찬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다. 한인경제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파장이 심상찮다.
무방비 상태에서 강퇴당하는 사람들을 보며 샐러리맨들 사이에서는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분위기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딱히 준비해 놓은 쌈짓돈마저 없는 경우도 적잖다. 퇴직금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이곳에서 은퇴연금 등의 대책을 세워놓지 않았다면 막막할 것 이다.
이곳과 마찬가지로 샐러리맨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은 한국도 심각하다. 얼마 전 직장인 3,8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예상 정년’은 ‘한창 일할 나이’인 45세에 불과했다. ‘사오정’(45세 정년)이 더 이상 신조어가 아닌 현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 씁쓸하다.
단축된 ‘직장 수명’은 샐러리맨들의 생활 패턴마저 변화시켰다. 무대에서 떠밀리기 전에 적극적으로 ‘두 번째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인들 사이에서도 직장 생활과 부업을 함께 하는 ‘투 잡스족’이나 주말에만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위크엔드 워킹족’, 학업과 직장을 병행하는 ‘샐러던트족’이 흔해졌다. “가외수입 뿐 아니라 뭔가를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시작했다”는게 이들의 이구동성이다. 창업 준비 모임에 직장인들이 넘쳐나는 것도 신풍속도다.
한국의 한 채용정보업체 설문조사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기업 직원 17%가 어떤 형태든 부업을 하고 있으며, 부업을 하고 있지 않은 사람 중 94.6%는 ‘기회만 닿으면 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가능하면 일찍부터 퇴직준비를 하고 노후를 대비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샐러리맨들의 경우 촌각을 다투는 바쁜 일상과 거대한 조직에 끌려 다니면서 ‘앞날’을 계획한다는 것은 녹록치 않다. 어영부영 일에 쫓기다 보면 어느새 강산이 변해있기 마련이다.
특히 ‘불혹’을 넘어서며 머리까지 희끗해지다 보면 나이가 주는 심리적 중압감에다 감원과 질병에 대한 불안감 등 중년이 겪어야할 애환들에 치여 ‘새로운 도전’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늦었다고 생각하는 나이’에 방향을 바꿔 성공한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인다. 늦깎이로 당당하게 전문직에 도전한 사람도 있다.
이들은 “중년은 제2의 도약기로 마음먹기에 따라서 새 삶을 설계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라며 인생의 손익분기점을 맞춘 사람들이다.
조기 퇴직, 고령화 시대. 아무런 준비 없이 일터에서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제 2인생을 멋지게 펼치기 위해 빈틈없이 준비한 사람들이 새 터전을 찾아 명예롭게 떠나는 모습은 신선하다.
이해광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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