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으면 코 베어간다’는 옛 속담이 있다.
현대 미국사회를 살아가는 한인 이민자들은 이 속담을 반복해서 외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LA에 있는 한인회사에 다니는 30대 여성 B씨. 얼마 전 월급도 오르고 해서 평소 갖고 싶었던 새 차를 구입하려고 오랜만에 온라인으로 크레딧 리포트를 뗐더니 점수가 500점대로 뚝 떨어져 있어 아연실색 했다.신청하지도 않은 크레딧카드 어카운트가 3개나 오픈돼 있었고 모두 페이먼트 연체 기록이 있어 크레딧 점수 하락을 초래한 것.
B씨는 부랴부랴 크레딧 관리회사 3군데와 해당 카드회사에 모두 연락을 취해 정정을 요구하는 등 적극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언제쯤 크레딧이 원상태로 회복될지 불투명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40대 가정주부 A씨도 유사한 문제로 고통을 겪기는 마찬가지. 최근 조지아주에 있는 컬렉션 에이전시로부터 밀린 셀폰 사용료 2,000달러를 지불하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누군가 자신의 신상정보를 도용해 셀폰 어카운트를 개설, 전화를 마음대로 사용한 사실을 알게 됐다. A씨 또한 올해 안에 꿈에 그리던 내 집 마련을 별러왔던 터라 이번 일로 750점 이상 유지해 온 크레딧에 금이 가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신분도용 범죄 피해를 당해 고통 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은 한인들은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분위기다. 미국인 5명 중 1명꼴로 신분도용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신분도용 사기는 이 사회에 만연해 있다.
연방 공정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신분도용 범죄는 지난 7년 동안 전체 죄 가운에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피해자수는 자동차 도난 피해자수 보다 25배나 많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얼마 전 여러 은행에 체킹계좌를 개설한 후 수표를 돌리는 ‘체크 카이팅’ 수법으로 거액의 현금을 인출해 오다 수사 당국에 덜미를 잡힌 한인 사기단도 다른 사람들의 명의를 도용해 은행계좌를 오픈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분도용 피해를 당했을 경우 평균 1년2개월이나 지난 뒤에야 당사자가 피해 사실을 알게 된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방심은 금물’이라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바빠도 최소한 일년에 두번 이상 자신의 크레딧 기록을 점검해야 불상사 발생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정부 당국과 크레딧 관리회사들이 신분도용 피해 예방책을 내놓고 있지만 언제, 어디서 나의 소중한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될지 아무도 모른다.
무심코 집안 휴지통에 버려 외부로 새나가는 은행 스테이트먼트나 물건구입 영수증, 항상 지갑에 넣고 다니는 운전면허증이나 소셜시큐리티 카드, 온라인 상거래를 위해 컴퓨터에 입력하는 이름과 주소 등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기범의 수중에 들어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쫓기다 보면 아이들 얼굴 볼 시간조차 없게 마련이다.
신상정보가 담긴 서류 등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신분도용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경계심을 풀지 않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자신의 크레딧 리포트를 점검하고 잘못된 기록이 있으면 적극 시정에 나서는 것이 신분도용 범죄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처방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구성훈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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